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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여왕 퇴위후 공화국으로" 호주 입헌군주제 탈피 목소리

한세현 기자

입력 : 2016.12.19 16:25|수정 : 2016.12.19 16:25


호주를 영국 여왕이 국가원수로 있는 입헌군주제에서 공화제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90세인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퇴위하면, 이런 움직임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그제 호주 정치체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운동 단체 '호주 공화주의자 운동' 창립 25주년 만찬 행사에 참석해, 호주 공화국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습니다.

턴불 총리는 이 모임 창립 회원으로 공화제 주요 지지자로 알려졌습니다.

턴불 총리는 이 자리에서 "호주의 국가수반은 우리 중의 하나가 돼야 한다"며, "이는 솔직히 국민적 자부심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그는 다만, 호주 공화국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퇴위 뒤에 출범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호주가 공화국이 되려면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면서 현재의 총리나 의회의 역할을 볼 때 국민이 직접 뽑는 대통령보다는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얻는 임명직 대통령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호주 공화주의자 운동'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하원의원 150명 중 최소 81명, 상원의원 76명 중 40명이 공화국 전환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집권 자유당-국민당 연합 소속 주요 각료들을 포함해 보수적인 일부 의원조차도 공감을 표시해 시선을 끌었습니다.

지난 1월에는 호주 전체 6개 주와 2개 준주 중 서호주 주를 제외한 모든 주가 공화국 전환에 찬성하는 문서에 서명했습니다.

주요 야당인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도 턴불 총리의 뜻이 전해진 뒤 여당과 기꺼이 논의할 의향이 있다며 화답했습니다.

그러나 군주제 지지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호주 군주제 지지자 연맹' 필립 벤웰은 성명을 내고, 턴불 총리를 향해 "집권 자유당의 3분의 2는 군주제를 지지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호주 ABC 방송이 전했습니다.

자유당 상원의원 에릭 아베츠도 "총리가 자신이 설립한 조직의 역사에 젖어들고 싶어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문제보다는 생계비 문제나 일자리 보호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호주는 옛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국가들로 구성된 영국연방의 일원으로,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국가원수가 영국 군주로 돼 있고 여왕이 임명한 총독의 통치를 받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9년 공화제 도입을 놓고 국민투표가 시행됐지만, 반대 54% 대 찬성 45%로 부결됐습니다.

당시 턴불은 기업인으로서 찬성 운동을 활발하게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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