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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손흥민, 2경기 연속 선발 제외…'위기와 경쟁의 기로'

입력 : 2016.12.19 09:06|수정 : 2016.12.19 09:06


손흥민이 두 경기 연속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 사이 팀은 2연승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의 기량이나 컨디션 자체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도 아니어서 반갑지 만은 않은 징조다. 치열한 주전 경쟁에는 적신호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과감한 전술변화를 택한 가운데 손흥민은 제한된 주전 자리를 놓고 혹독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19일(이하 우리시간)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토트넘과 번리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후반 교체 투입돼 20분 가량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 16라운드 헐시티와의 16라운드 경기에서도 후반 28분 경에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던 손흥민은 번리전에서도 비슷한 타이밍에 출전 기회를 잡았다. 두 경기 모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으며 팀이 승기를 굳히는 후반 막판 투입돼 힘을 보태는 모양새였다.

토트넘은 헐시티전에서는 3-0으로 완승을 챙겼고, 19일 치러진 번리전에서는 선제골을 내주고도 2-1 역전승에 성공했다. 12월 중순 치러진 14라운드 맨유전에서 상대에 1-0으로 패하며 잠시 흔들렸던 토트넘은 하위권 팀인 헐시티와 번리를 만나 차례로 승리를 챙기며 귀중한 2연승을 기록했다. 또 이 날 17라운드 번리전 승리로 승점 33점을 기록해 4위로 내려선 아스날(승점 34점)도 바짝 추격할 수 있게 됐다.

순위 경쟁이 치열해 지는 연말 박싱데이와 연초로 이어지는 혹독한 리그 일정을 앞두고 팀을 상승세로 돌린 것은 포체티노 감독의 과감한 결단 덕분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16라운드 헐시티전에서 깜짝 스리백 카드를 들고 나왔고, 효율적인 경기 운영으로 팀의 3-0 대승을 이끌었다. 중앙의 알더웨이럴트를 중심으로 얀 베르통언과 에릭 다이어가 안정적인 스리백 수비진을 구축했고, 대니 로즈와 워커 등 측면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시켰다.
이미지문제는 팀 전술이 변하면서 2선 공격자원의 숫자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 과정에서 손흥민 카드를 제외하고 최근 공격 감각이 물에 오른 에릭센과 알리 공격 조합을 2선에 배치했다. 여기에 최전방에 배치되는 공격수 해리 케인은 부상 등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부동의 주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손흥민의 선발 출전 기회는 더욱 제한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물론 손흥민은 최전방과 2선 오른쪽, 왼쪽을 가리지 않고 뛸 수 있는 멀티 유형의 선수다. 실제로 케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시즌 초반에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팀 주요 포지션에서 주전 명단의 입지가 굳어져 가고 있는 시즌 중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손흥민 역시 자신의 최적 포지션인 왼쪽 측면 자리에서 살아 남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이 스리백 전환으로 전술을 바꾸면서 2선 공격진의 자리 자체가 줄어들었고, 손흥민은 알리, 에릭센과의 경쟁에서 밀려 선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포체티노 감독은 19일 번리전에서도 유연한 전술 대응으로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이 경기에서는 중앙 수비수 알더웨이럴트의 부상으로 경기 시작부터 스리백 카드를 내세우지 못했지만 최전방에 해리 케인을 내세우고 그 뒤를 에릭센-알리 조합이 받치는 공격진 형태는 그대로 유지됐다.

여기에 수비 가담이 중시되는 중원에는 완야마, 뎀벨라 등을 비롯한 기존 주전 자원들이 버티고 있는데다 고정된 스리백 형태를 사용할 경우 공격 가담 능력이 좋은 워커나 대니 로즈까지도 기회를 얻어 리그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포지션별 주전경쟁은 더욱 혹독해졌다. 물론 두 경기 연속 교체로나마 그라운드를 밟은 손흥민은 팀이 이미 경기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뛰어난 개인 돌파 능력을 바탕으로 위협적인 몸놀림을 보여주는 등 정상적인 기량을 입증한 것도 사실이다.

17라운드 번리전에서는 경기 종료를 앞둔 후반 42분 상대 간담을 서늘케 하는 위협적인 슈팅을 선보이기도 했다. 번리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경기 스코어를 3-1로도 만들 수 있었던 장면이어서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이미지공격수는 결국 포인트로 모든 것을 입증한다. 포체티노 감독은 그간 리그나 UEFA챔피언스리그 무대 등에서 손흥민이 선발로 나섰던 경기에서도 가장 먼저 '손흥민 교체카드'를 택했다. 전술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거나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순간 제일 먼저 아웃되는 자원이라는 의미다. 필요한 순간이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격 포인트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지 못하면 다양한 자원들 중에서 로테이션 체제로 출전기회를 잡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토트넘은 크리스마스 이후 치러지는 박싱데이 기간 동안 29일에 사우스햄튼과 경기를 치른다. 3일 뒤인 2017년 1월 1일에는 왓포드 원정길에 오르는 혹독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이후 숨을 고를 틈도 없이 2017년 1월 5일 리그 20라운드에서 선두팀 첼시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빅매치를 앞두고 있다.

손흥민으로서는 이 기간 동안 교체든, 선발이든 출전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다시 한 번 골 장면을 만들어 내야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순위 경쟁에 있어 시즌 그 어떤 시기보다 중요한 기간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감독의 뇌리에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토트넘이 UEFA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기에 탈락한 만큼 리그에서 주전 입지를 다지지 못할 경우 출전 기회는 더욱 줄어들게 되고, 이는 자연스레 경기 감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프리미어리그 무대 입성 3년 차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주전 경쟁과 위기의 기로에 서게 된 손흥민. 다만 직전 시즌과 달리 손흥민의 공격 능력이 남다른 수준이라는 점은 확연히 증명됐다. 또 최근의 골 감각이나 컨디션 역시 나쁘지 않다. 이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진화를 보여줄 차례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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