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서 '노벨평화상 돈 주고 샀나' 논란

오랜 분쟁 끝에 평화의 기틀을 만든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자 국내 반대파들은 '상을 돈 주고 산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중남미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과 평화협정을 추진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반대파들이 반발하고 나선 겁니다.

엘 에스펙타도르 등 콜롬비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1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있었던 산토스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기자회견에서 콜롬비아 매체 RCN 기자가 산토스 대통령에게 이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RCN 카를라 아르실라 기자는 당시 "노르웨이에 석유 이권을 주고 노벨평화상을 샀다고 주장하는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 등 반대파들에겐 뭐라고 할 것인가"라고 산토스 대통령에게 질문했습니다.

산토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다른 거짓말들처럼 이런 종류의 언급은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고, 회견에 동석한 노르웨이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도 "노벨평화상은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아르실라 기자는 이후 "그 질문은 현장에 있던 콜롬비아 기자들과 협의한 것이며 산토스 대통령이 알자지라 방송과 했던 인터뷰에서 한 말과 관련해 질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산토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알자지라와 인터뷰하며 "우리베 전 대통령은 내가 공산주의자가 됐으며 콜롬비아무장혁명군 조직원이라고 주장한다"며, "석유 이권으로 노벨상을 샀다고도 하는데 이런 말은 내게 걸림돌이 되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비꼬았습니다.

노르웨이 기자회견으로 논란이 일자, 현 상원의원인 우리베 전 대통령이 속한 중도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우리베 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현지 매체 엘 콜롬비아노는 중도민주당이 "우리베 전 대통령은 노벨상을 돈 주고 샀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우리베 전 대통령의 노벨상에 관한 언급은 '산토스 대통령의 수상을 축하한다.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협정을 산토스 대통령이 바꾸기 바란다'고 트위터에 쓴 것이 유일하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중도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우리베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SNS에 '산토스는 마키아벨리', '산토스는 언론을 검열하려 한다'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습니다.

콜롬비아 유력 매체인 라콜 라디오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노르웨이 기자회견 관련 뉴스의 댓글 창에선 "산토스 대통령이 노르웨이 회사에 콜롬비아 자원 개발을 위한 특혜 계약을 해주고 상을 샀다는 것은 명백하다", "말만 하지 말고 서류든 무엇이든 증거를 보여라"는 식의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콜롬비아에선 1964년 설립된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을 비롯한 좌파 반군, 정부군, 우익 민병대가 얽힌 내전이 반세기 넘게 이어졌습니다.

정부와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은 2013년부터 협상을 벌여 지난 9월 평화협정 서명식을 치렀지만, 10월 국민투표에서 협정이 부결되며 재협상을 벌이는 산통 끝에 지난달 새로운 평화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산토스 대통령은 국민투표가 부결돼 협상 전망이 불투명하던 지난 10월 7일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반대파는 여전히 협정이 콜롬비아무장혁명군에 너무 관대하다며 의회 표결에 불참하고 새로운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등 산토스 정부의 평화협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앞으로 협정이행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