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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 빠진 콜롬비아 평화, 교황 중재로 돌파구 열릴까

입력 : 2016.12.17 01:42|수정 : 2016.12.17 01:42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 세기 이어진 반군과의 군사 충돌을 끝내기 위한 콜롬비아 평화협정을 두고 갈등을 겪는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을 바티칸에 초청해 중재에 나섰다.

교황은 16일(현지시간) 평화협정 찬반 양측의 두 지도자를 교황청에서 만나 교착에 빠진 콜럼비아 평화 이행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당초 노벨상 수상을 위해 유럽을 방문 중인 산토스 대통령만 만날 예정이었으나 우리베 전 대통령을 전격 초청했고,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우리베 전 대통령이 교황의 급작스러운 초청에 응하며 3자 회동이 성사됐다.

산토스 대통령은 콜롬비아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공로로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교황은 이날 먼저 예정대로 산토스 대통령을 만난 뒤 우리베 전 대통령과 따로 회동했다.

이후 정오께 바티칸 교황의 서재에 두 사람을 불러들여 약 25분 가량 콜롬비아 평화를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고 교황청은 밝혔다.

산토스 대통령은 교황과의 개별 만남에서 교황에게 기관총 탄알로 만든 펜을 선물로 주며 "우리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 그레그 버크 대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산토스 대통령, 우리베 전 대통령과 다 같이 만난 자리에서는 평화협정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잇는 두 전·현직 콜롬비아 대통령에게 평화에 기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이어진 반군과의 군사 충돌을 끝내기 위해 최대 반군 세력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지난 9월 평화협정을 맺었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현 상원의원인 우리베 전 대통령이 이끄는 야당 민주중도당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반군 지도부에 대한 면책과 반군에 의회 의석을 주는 등 평화협정이 반군에 너무 관대하다고 주장하며 평화협정 반대운동을 벌여 평화협정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부결시켰다.

산토스 대통령은 국민투표 부결 충격 후 반군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일명 티모첸코)와 재협상을 진행해 지난달 24일 50여 가지 항목이 수정된 새 평화협정에 서명하고, 같은 달 30일 국민투표 없이 상하원에서 만장일치로 새 평화협정을 승인했다.

이에 우리베 전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약속을 어긴 것과 수정안에 반군 처벌과 의회 참여 불허 항목이 빠진 것에 항의하며, 새로운 국민투표와 거리 시위를 준비하고 나서 평화협정 승인 이후에도 양측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이 양측을 중재하고 나서면서 양측이 반목이 해소되고, 평화협정이 이행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교황청은 독실한 가톨릭 국가인 콜롬비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다 중남미 출신 최초로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평화협정에서 어느 한 편을 들지 않고 중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평화협정 찬반 양측 모두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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