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두테르테 '공포정치'…"부패 관료 사퇴 안하면 죽음"

이달 말로 취임 6개월을 맞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공포정치'가 필리핀 사회를 흔들고 있습니다.

국가 지도자의 입에서 인명을 경시하며 초법적 처형을 부추기는 발언이 끊이지 않자 인권단체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3일 캄보디아를 방문해 필리핀 교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부패 관료들은 자진해서 사퇴해야 하며 이를 거부하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부패 관료들의 직무정지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이들이 사퇴를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죽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부패를 막아야 한다"며 "친구라도 부패를 저지르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사범이 집 밖으로 나갔다가 눈에 띄면 죽을 것"이라며 "신경안정제를 먹어도 조용히 있을 수 없다면 내가 로프를 보낼 테니 목을 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마약과의 유혈 전쟁'에 제동을 걸려는 인권운동가들을 죽일 수 있다는 경고장도 날렸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이 마약매매 연루자로 지목한 공무원이 교도소에서 무방비 상태로 경찰에 살해됐다는 법무부 소속 국가수사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오히려 해당 경찰관들을 감옥에 보내지 않겠다며 옹호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2일에는 과거 다바오시 시장으로 재직할 때 경찰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개인적으로 마약 용의자를 죽였다는 고백까지 했습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리처드 고든 필리핀 상원의원은 탄핵감이라며 두테르테 대통령을 비판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그러자 비탈리아노 아기레 법무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항상 과장법에 의존하다"며 범죄자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부풀려 말한 것이라며 진화에 애썼습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의 라펜디 디자민 동남아·태평양 지부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혔다고 자랑하며 경찰과 자경단의 초법적 처형을 부추긴다"고 비난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5개월여간 6천 명 가까운 마약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이와 관련, 아그네스 칼라마드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이 내년 1분기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추진하고 있지만, 필리핀 정부는 자신들의 전제조건을 수용할 때까지 유엔 측의 조사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