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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4년 전 대선서 박근혜 후보에 우호적 언론 지원 드러나

이정국 기자

입력 : 2016.12.15 06:18|수정 : 2016.12.15 09:26


2012년 대선 국면에서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고 기획 기사를 쓴 언론사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월간지 판매 협찬금을 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협찬금은 보수단체인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에게 뿌려지는 해당 월간지의 판매대금 몫이었습니다.

올 초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의 우회 지원 의혹에 이어 최근 국정농단 사태로 해체 위기에 몰린 전경련이 4년 전 비록 협찬 형태이기는 하지만 보수정권 탄생을 위해 '부적절한 돈'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할 수 없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주간지와 월간지를 발행하는 A사에서 취재국장을 지낸 B씨는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8월쯤 월간지에 육영수 여사 특집 기사를 싣기로 기획했습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고 지지를 확산하려면 고엽제전우회 소속 회원들이 자녀 세대를 설득하는 데 활용할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B씨의 애초 계획은 이 월간지를 고엽제전우회 측에 10만 부 이상 팔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우회 측의 자금력 문제로 기획안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A사의 대표이사였던 C씨는 같은 달 24일쯤 개인적 친분이 있던 당시 손길승 전경련 명예회장에게 '월간지에 육영수 여사 특집기사를 실어 고엽제전우회를 대상으로 2만5천권(권당 1만2천 원)을 무료 배포할 계획이니 3억원의 판매대금을 협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손 명예회장은 이를 수락했습니다.

A사는 이후 전경련 직원 이모씨와 협찬 방법에 대한 실무 협의를 거친 뒤 9월 17일쯤 판매 협찬금 명목으로 2억원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1억원은 10월 말쯤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협찬 광고료 명목으로 받아냈습니다.

덕분에 육영수 여사 특집기사가 실린 A사의 월간지 2만5천부가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에게 배포됐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A사가 B씨를 상대로 기획취재수당(인센티브) 지급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고 소송을 내면서 알려지게 됐습니다.

B씨가 전경련 협찬금 3억원은 자신이 기획한 아이템 덕분이고 고엽제전우회를 배포 대상으로 확보한 것도 자신이니 약정대로 25%인 7천5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B씨는 A사를 상대로 맞소송도 냈습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진환 판사는 A사가 B씨에게 이 돈을 줄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전경련의 판매대금 협찬은 대표이사였던 C씨가 손길승 회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따낸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김 판사는 특히 이들이 특정인의 당선을 위해 유리한 보도를 내기로 하고 전경련에서 돈을 받은 것은 공직선거법상 불법이라며 그 자체로도 사법적 효력이 부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판사는 "B씨는 A사와 함께 특정인의 당선을 위한 유리한 보도를 위해 특집기사를 게재했고, 전경련에서 판매 협찬금 또는 협찬 광고료 명목으로 받은 3억원도 특정인의 당선을 위한 유리한 보도를 위한 것이어서 '전경련 대선 의혹'으로 정치적 이슈가 될 수도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연합뉴스는 오늘(15일) 오전 자사의 단독기사로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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