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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대대장이 폭음통 소모 지시…화약 5kg 바닥에 버려"

홍순준 기자

입력 : 2016.12.14 14:36|수정 : 2016.12.14 15:45


어제(13일) 발생한 울산의 예비군훈련부대 폭발사고는 장병들이 1,600개의 훈련용 폭음통에서 화약을 분리해 바닥에 버려둔 게 정전기 등에 의해 폭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휘관인 대대장은 위험을 알면서도 폭음통 소모를 지시했으며, 탄약관리를 담당하는 부사관 등 6명의 장병은 모두 5㎏가량의 화약을 바닥에 버렸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육군 53사단 헌병대는 울산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1일 장병들이 훈련용 폭음통 화약을 분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헌병대는 이 부대 탄약관인 이모 중사 등을 조사한 결과 "이 중사는 처음에 '부대 도로 등에 던져서 폭약통을 소모했다'고 허위 진술했지만, 이후 '화약을 분리해 바닥에 버린'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습니다.

헌병대는 "이 중사가 훈련일지에 폭음통을 제대로 소모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한 뒤 정보작전과장에게 '탄약 검열에 대비해 폭음통을 소모해야 한다'고 알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고를 받은 대대장은 폭음통의 폭발력 등 위험을 알면서도 '비 오는 날 여러 차례 나눠서 소모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훈련용 폭음통은 길이 5㎝, 지름 1.5㎝ 크기에 7㎝짜리 도화선이 달린 교보재로, 불을 붙여 던지면 포탄이나 수류탄이 터지는 소음을 낼 수 있어 각종 군 훈련에서 사용됩니다.

헌병대에 따르면 이 폭음탄 1개에는 3g가량의 저성능 화약이 들어 있습니다.

이 화약은 25m 떨어진 곳에서 터질 때 103㏈의 소음을 들을 수 있는 수준의 폭발력을 지녔으며, 불을 붙이면 초당 400m를 타고 들어가는 성질을 가졌습니다.

헌병대는 이런 사실이나 위험성을 모르는 병사들이 낙엽 청소 후 식당으로 향했으며, 이때 손에 들고 있던 갈퀴나 삽 등이 바닥을 긁거나 부딪히면서 정전기가 발생해 화약에 점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병사들은 섬광, 열기, 충격파를 느끼고 쓰러졌습니다.

헌병대는 "지휘관인 대대장을 비롯해 정보작전과장, 소대장, 탄약관 등을 모두 조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육군이 6명이라고 발표했던 부상자는 4명의 고막 파열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10명으로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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