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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소비자에게 포괄적 책임 전가 못 한다

입력 : 2016.12.14 12:05|수정 : 2016.12.14 12:05


A씨는 여행 중 선불카드를 잠깐 분실했다가 다시 찾았다.

그러나 며칠 후 분실했던 카드가 복제돼 물품 구매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이를 확인한 후 해당 업체에 신고하고 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슬며시 약관을 내밀었다.

"접근 매체의 도난·분실 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회사는 이 약관을 근거로 피해 배상을 거부했다.

A씨는 황당하고 분했지만 회사의 통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이처럼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 내용이 개정돼 소비자 피해가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156개 금융회사의 170개 약관에서 불합리한 항목을 발견해 시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금감원은 '제2차 국민 체감 20대 금융 관행 개혁과제'의 하나로 금융사의 약관 개정을 추진했다.

유관기관과 공동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전자금융 등 5개업권 176개 회사의 전자금융거래 480개의 약관을 들여다본 후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항목을 손봤다.

우선 회사가 포괄적으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사라진다.

그동안에는 회사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포괄적인 표현을 근거로 소비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손해까지 책임을 부담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소비자에게 의무를 부과할 경우 그 범위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예컨대 금융사들은 '모든'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

회사에 대한 소비자의 손해배상 의무 부담도 고쳤다.

기존에는 카드 도난·분실 방지 등의 의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회원이 회사의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소비자가 회사에 대해 일방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관련 약관을 시정했다.

소비자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금융사가 있는 인근 지역 법원에서만 재판이 이뤄졌던 부분도 손질했다.

개정된 약관에서는 소비자의 주소지 관할 법원도 추가됐다.

이와 함께 공인인증서 등 접근 매체의 발급·관리 주체가 아닐 경우 배상 책임을 면한다는 단서도 삭제했다.

금융회사의 책임 범위를 좀 더 넓힌 것이다.

약관이 현행 법규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를 반영했다.

회사가 책임을 지는 전자금융사고에 '해킹'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위·변조, 전송처리 과정 등에서의 사고만 포함돼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함께 전자금융업권의 표준약관도 제정했다.

이는 핀테크 활성화로 전자금융업 등록이 늘었으나 약관 제·개정 시 참고할만한 기준이 없다는 데 따른 것이다.

표준약관에서는 전자금융사고 발생 시 전자금융업자가 배상해야 할 책임 범위를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명확하게 했다.

전자금융사고 발생 시 배상 책임과 관련해 전자금융업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도 명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권 표준약관이 없고 전반적인 정비가 필요한 전자금융업권에 대해 별도의 표준약관 제정방안을 검토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할 것"이라며 "배상절차 진행 시 이용자 협력 의무를 약관에 포함하는 등 전자금융거래 약관 개선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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