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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사랑한 '오색'의 가치는 어떻게 변했나

입력 : 2016.12.13 11:23|수정 : 2016.12.13 11:23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색(色)이다. 하늘과 땅, 사람과 만물, 자연의 색이 있고 복식과 기용(器用)과 회화의 색이 있다. 그런데 숭상하는 색이 시대마다 다른 것은 무슨 까닭인가." 조선 후기 문신인 윤기는 '무명자집문고'(無名子集文稿)에서 색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시대에 따라 색의 선호도가 달라지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몇몇 색깔에 고유한 의미를 부여했고, 그에 맞춰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전통 유물과 현대 미술작품 350여 점을 통해 우리 삶에 깃든 색의 의미를 조명하는 특별전 '때깔, 우리 삶에 스민 색깔'을 14일부터 기획전시실에서 연다고 13일 밝혔다.

내년 2월 2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단색'(單色), '배색'(配色), '다색'(多色)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1부 '단색'은 오방색(五方色) 혹은 오행색(五行色)으로도 일컬어지는 오색(五色)에 담긴 가치와 변화상을 다룬다.

오색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색상으로 백색, 흑색, 적색, 청색, 황색으로 구성된다.

백색과 흑색은 선조들이 즐겨 입은 복식의 색상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흰색 두루마기와 저고리를 주로 착용해 '백의민족'이라 불렸으나, 관모(冠帽)와 관복(官服)은 위엄과 격식을 암시하는 검은색 천으로 만들기도 했다.

다만 검은색은 일제강점기 이후 통제와 억압을 상징하는 색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적색은 '흥선대원군 초상'(보물 제1499호)에서 대원군이 입고 있는 적초의에서 알 수 있듯 권위를 표현하는 색깔이었다.

또 동짓날 팥죽과 시루떡의 붉은색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인식됐다.

현대에는 공산주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나타내는 색이 됐다.

청색과 황색은 각각 청화백자, 황룡포를 입은 고종을 그린 '고종황제 어진'이 대표 유물이다.

전통적으로 파란색은 자연과 청춘을 상징하고, 노란색은 왕의 권위와 신성함을 대변했다.

이어 2부는 음과 양의 조화, 상생과 상극의 어우러짐을 담은 유물과 작품으로 꾸며진다.

적색과 청색 비단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사주단자, 붉은색 칠을 한 뒤 가장자리만 흑색으로 처리한 이층주칠농(二層朱漆籠), 조선시대 여성의 예복인 당의(唐衣)와 혼례복인 활옷 등이 전시된다.

마지막 3부는 한국인의 전반적인 색채 감각을 들여다본다.

왕의 존엄을 나타내는 그림인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와 색동두루마기, 정해조 작가의 '오색광율'(五色光律) 등이 나온다.

이외에도 전시장 곳곳에서는 색깔과 관련된 속담·한시·고사성어, 천연염료·안료 설명 자료, 색상 전문가와 일반인의 인터뷰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그동안 잘 인식하지 못했던 색깔의 상징과 의미, 한국적인 색감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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