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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발간 위안부 피해자 증언록에 한국 할머니 20여 명 포함

한세현 기자

입력 : 2016.12.12 14:04|수정 : 2016.12.12 14:04


중국에서 최근 발간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록에 한국인 피해자 할머니 20여 명의 끔찍했던 피해 상황에 대한 구술 증언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이 최근 공개한 '90명의 생존위안부 실록'이란 제목의 자료집을 확인한 결과,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피해자들의 증언과 함께 당시 식민지 조선 출신 할머니 20여명의 증언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중에는 '만삭 위안부' 사진 주인공으로 알려진 북한의 박영심 할머니의 증언도 실려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일부는 생존해 '나눔의 집' 등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할머니들의 끔찍했던 당시 경험들의 상당수는 처음 대외적으로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할머니는 "많을 때는 하루에 100여명의 일본군으로부터 성폭행했다",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고 월경 중에도 쉬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는 끔찍한 증언을 했습니다.

"목욕할 때도 감시원이 보는 앞에서 해야 했고 도망가다 잡혀 온 위안부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거의 죽도록 맞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다른 할머니는 "기절하면 찬물을 끼얹어 정신이 들게 한 뒤 성폭행을 계속했다. 하루에도 3∼4번씩 정신을 잃었다"는 증언도 했습니다.

"15살도 채 안 된 소녀가 일본군에 연쇄적으로 성폭행 당하고, 과다출혈로 결국 목숨을 잃는 장면을 봤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위안소는 인간지옥이었다", "하루종일 눈물로 세수하는 치욕스러운 나날이 계속됐다", "아이를 낳을 수 없어 결혼은 생각지도 않고 살아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영화 '귀향'의 모티브가 된 강일출 할머니의 증언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강 할머니는 다른 병든 소녀들과 함께 산 채로 불구덩이에 내던져질 위기에서 조선 독립군에 의해 극적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겼다고 회고했습니ㅏ.

피해자 90명 증언을 500여장의 사진과 10만자로 기록한 이 자료집에는 중국인 피해자 할머니들의 충격적인 증언도 대거 수록됐습니다.

한 중국인 할머니는 "일본군이 부모의 시신 앞에서 언니와 자신을 집단 성폭행다"며, 당시 일본군의 반인륜적인 만행을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이 증언록은 군인 출신 중국 작가 리샤오팡이 수년간 중국 전역과 한국에까지 현지조사를 한 끝에 출간됐습니다.

저장인민출판사가 펴낸 이 책은 그제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이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위안부 관련 기록물을 모아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지만, 현재 한국과 인도네시아, 일본 등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위안부 자료에 대한 세계기록 유산 등재 신청을 재추진하면서 연구와 기록물 보존작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난해 한일 간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피해 연구와 보존작업이 다소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이 책 출간을 두고 한국이 해야 할 역할을 중국이 대신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이 자국 위안부에 대한 연구와 피해 보존 작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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