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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 정상회담·진주만 방문…아베 연말외교 성공할까

입력 : 2016.12.12 10:52|수정 : 2016.12.12 10:52

북방영토 협상 난망…진주만 방문은 전쟁사죄·이중성 벌써 논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연말 정상 외교가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당장 오는 15, 16일에는 야마구치(山口)현과 도쿄(東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잇따라 정상회담이 있다.

최대 관심사는 러일간 영유권 분쟁이 있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일본 귀속 문제다.

이어 오는 26~27일에는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일본의 진주만 공습(1941년 12월 7일) 피해자를 추도한다.

이들 두가지 빅 이벤트는 모두 아베 총리가 외교 성과를 통한 국내 지지율 제고, 이를 통한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이라는 '정치적 꿈'과 무관하지 않은 소재들이다.

당초 아베 총리는 오는 19~20일에는 도쿄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이는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갔다.

◇ 푸틴, 북방영토문제 '강경론' 선회…접점 찾기 어려울 듯 문제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나 진주만 방문이 아베 총리에게 무조건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우선 러일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북방영토 협상은 올 가을까지만 해도 아베 총리에게 우호적인 상황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대규모 경제 지원을 전제로 영토 반환 협상에 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러일관계 개선 의사를 비치면서 푸틴 대통령이 영토 문제에 대해 강경론으로 선회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에게 "쿠릴 4개섬은 러시아 영토"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일본측은 푸틴 대통령에게 아키타(秋田)견을 방일 선물로 주려 했지만 러시아측이 이를 거절하는 등 이상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측은 또 최근 일본 정부 관계자에게 만일 일부를 반환하더라도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안보조약은 일본의 영토에 대해서는 미국이 방위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는 만일 러일간 협상이 진전돼 1956년 소일 공동선언에서 "평화조약 체결 후 인도한다"고 명시된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 두개 섬을 일본에 인도할 경우 이들 섬에 미군기지가 들어설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일본은 특정 지역을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러일간 영토문제 협상이 진전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로서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이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전에 도쿄에서 양국 외교 차관급 회의를 통해 막판까지 절충안 마련에 공을 들일 예정이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영토 반환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반대가 명확해 보이는 만큼 회담후 발표하는 공동성명에서 양측이 수용 가능한 '애매모호한 표현'을 넣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내에서는 4개섬 일괄 반환론이 강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시코탄, 하보마이 두개 섬에 대한 지속적인 협상에 나서겠다"는 등의 표현에 합의한다면 국내 여론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 '역사적' 진주만 방문…사죄여부·이중성 논란 자초 진주만 방문도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는 국내외에서 이견이 없지만 후폭풍도 예상된다.

일단 현직 일본 총리가 진주만 희생자를 추도하기 위해 애리조나호 기념관을 찾는 것은 그가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5월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화해 행보를 한데 대한 답례 성격도 있지만 일본은 물론 미국 언론도 "미일간 화해를 보여주는 상징적 방문"(뉴욕타임스)이라는 등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현지에서 희생자에 대한 추모는 하되 일본의 진주만 공습 등 침략전쟁에 대한 사죄 입장은 밝히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가 진주만을 찾아 희생자를 추도하기로 하면서도 한국 위안부 피해자는 물론 중국의 난징(南京)대학살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거부해 왔다는 점에서 '이중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중국은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방문하라"(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면서 일본을 비난하고 나섰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최대 피해자 중의 하나인 중국은 무시한 채 진주만을 방문해 미·일 동맹을 강화하려는 아베 총리의 행보에 강한 불쾌감을 내비친 것이다.

난징 대학살은 일본이 1937년 중국 난징을 점령했을 때 40일간 30여만여명의 중국인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으로 중국의 거듭된 사과 요구에도 일본은 학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언급하며 "위안부 합의 즉각 중단을 요청하고 사회적 합의절차 및 국회 협의과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베 총리가 진주만 방문을 통해 역사 문제를 일단락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응은 악화하는 상황이다.

일본 내부에서도 "아베 총리는 중국과 한국에서 (전쟁 희생자를 위령하는) 헌화외교를 하는 것을 앞으로 과제로 내세워야 한다"(저널리스트 마쓰오 후미오<松尾文夫>씨)는 지적도 나왔다.

이 밖에도 "퍼포먼스다", "점수따기용이다", "(일본을) 다시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고 하는 장본인이 할 얘기가 아니다"라는 등의 비판도 여전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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