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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유출' 정호성 '구세대 효도폰'으로 최순실과 비밀통화

한지연 기자

입력 : 2016.12.12 10:29|수정 : 2016.12.12 10:50

해킹 등 보안 우려한 듯…휴대전화 상당수는 '대포폰'


민간인인 최순실(60·구속기소)씨에게 공무상 비밀을 넘긴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씨와 통화할 때 사용한 휴대전화 중에는 스마트폰이 아닌 2세대(2G) 폴더폰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마트폰이 이미 대중화된 상황에서 노인과 학생들이 주로 사용해 '효도폰', '고딩폰'으로 통하는 폴더폰을 정 전 비서관이 쓴 것은 스마트폰의 해킹 우려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12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증거자료인 '정호성 녹음파일'은 모두 236개로, 정 전 비서관의 스마트폰 1대와 폴더폰 1대에 저장돼 있었습니다.

이들 휴대전화는 검찰이 지난 10월 29일 정 전 비서관의 자택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 8대 가운데 일부입니다.

정호성 녹음파일이 담긴 폴더폰의 기종은 삼성전자의 'SHC-Z160S'로 알려졌습니다.

이 휴대전화에는 정 전 비서관과 최순실 씨, 정 전 비서관과 박근혜 대통령의 통화 녹음파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와이즈2'라는 이름을 가진 SHC-Z160S는 삼성전자가 2013년 초 출시한 2G 폰으로, 요즘은 거의 보기 힘든 접이식으로 돼 있습니다.

폴더폰을 펼치면 화면이 켜지고 키패드를 눌러 입력합니다.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 휴대전화의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디지털카메라, TV(지상파 DMB), 라디오 수신 기능도 갖췄습니다.

그러나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에 비하면 기능이 극히 단순해 널리 인기가 있는 기종은 아닙니다.

정 전 비서관이 스마트폰에 비하면 여러모로 불편한 폴더폰을 사용한 것은 보안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선 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해킹 우려가 크고 특히, 정 전 비서관과 같이 국가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요직에 있는 공직자는 해커들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정보당국 요원들 가운데 2G 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최근 전화번호 노출로 휴대전화를 바꿀 때까지 20년 넘게 2G 폰을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010'이 아닌 '01X'로 시작하는 번호를 썼으나 영업 목적상 전화번호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2G 폰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시대에도 2G 폰의 수요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입니다.

2G 폰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올해 10월 기준으로 약 400만명에 달합니다.

정 전 비서관이 쓴 폴더폰과 같은 휴대전화가 여전히 출시되는 이유입니다.

정 전 비서관이 사용한 휴대전화 중에는 LG전자의 3G 폰인 'SH840'(와인샤베트)과 팬택의 스마트폰인 'IM-A800S'(스카이 베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가 쓴 휴대전화 중 상당수는 본인 명의가 아닌 다른 이의 명의로 된 '대포폰'이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을 수사해온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어제(11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각각 불구속, 구속기소 하고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정호성 녹음파일을 비롯한 증거자료들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이 인계한 자료를 꼼꼼히 검토 중인 특검팀은 준비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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