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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한가닥 희망 거는 시리아 반정부 세력"

입력 : 2016.12.09 14:14|수정 : 2016.12.09 14:14

반아사드 세력 "트럼프, 오바마보다 더 나쁠수 없어"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반군의 최후 보루 알레포마저 정부군에 넘어가는 상황에서 시리아 수니파 반정부 세력에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정부의 출범이 가느다란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시리아 정책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제시한 적이 없다.

수니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퇴치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하거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축출을 노리는 수니 반정부 세력에 의구심을 표시한 정도였다.

알레포도 무너져 가고 희망적인 게 없는 요즘, 시리아 반정부 연합 지도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막상 시리아 사태를 다루게 되면 이란에 대한 오랜 적대감 때문에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사드 정권의 후원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관계 개선을 촉구하면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정권의 또다른 핵심 우방인 이란과 맺은 핵 합의를 비난했다.

WSJ에 따르면 프레드 호프 미국 대서양위원회 중동센터 소장은 그러한 접근법이 "시리아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 특사로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상대한 적이 있는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적어도 역내에서 이란이 품는 의도에 대해 회의적 시각만 유지하더라도 이 같은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장관 등 주요 자리가 아직 채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차기 정부가 시리아 문제에 어떤 자세를 취할지 예단하기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시리아 온건 정치단체와 무장 반군을 대변하는 기구인 최고협상위원회(HNC)의 리아드 히잡 위원장은 온건 반정부 지도자들이 이미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내고 트럼프팀과 '간접적인' 창구를 여는 등 접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12년 망명에 오르기 전까지 시리아 총리까지 지낸 그는 "시리아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 정치적 전환이 없이는 시리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나 안정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내 상당수의 반(反)아사드 세력은 자신들의 대의를 위해서는 트럼프가 오바마보다 더 나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히잡 위원장도 "오바마가 시리아 국민들에게 한 일을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집을 버리고 떠난 수백만 난민과 수십만 희생자 등 현재의 모든 비극이 오바마 정부의 우유부단과 이란을 달래려는 의욕 탓이라는 것이다.

시리아 공군 준장 출신의 저명한 반정부 지도자 하산 알주비도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올해 초 제네바에서 유엔 후원으로 열린 평화회담에 HNC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던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란과의 핵합의를 폐기하려 한다는 얘기는 시리아 국민을 죽일 이란의 권리도 폐기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시리아 온건 반정부 세력에겐 요즘 지지해줄 우방이 별로 없다.

공개적으로 가장 강력한 지지국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도 내년 대선에서 결선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두 후보가 러시아, 시리아와 관계 개선을 선호하고 있어 머지않아 정책이 바뀔 것 같다고 WSJ은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어 보인다.

주요 반군 지원국인 터키도 시리아 쿠르드민병대를 억제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러시아가 눈감아주는 대가로 알레포 함락을 묵인하는 눈치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히잡 위원장은 "IS의 최대 수혜국은 시리아 정권과 이란"이라며, 국제사회가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대규모로 지원했더라면 IS는 오래전에 근절됐을 것이고 상황은 놀랍게 진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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