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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의 절충…돈 풀기 9개월 늘리되 월 규모는 축소

입력 : 2016.12.09 03:29|수정 : 2016.12.09 03:29


"시기 종결은 어느 정도 열려있는 것이다. 그건 상황에 달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현지시간) 국채 매입 등을 통한 전면적 양적완화 시행 기간은 늘리되 규모는 줄이는 절충 책을 내놓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발표하면서 빨라야 내년 12월이라고 ECB가 거론한 양적완화 시한에 대해 이처럼 유연한 코멘트를 날렸다.

ECB 정례 통화정책회의가 열리기 전, 시장에선 애초 '이르면 내년 3월'로 돼 있던 양적완화 시한이 6개월가량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널리 퍼졌다.

다만, 월간 매입 규모가 지금처럼 800억 유로가 유지된다는 전제였다.

ECB는 그러나 시장의 이런 압도적 전망을 준거로 삼는다면, 기간은 3개월 연장했지만 월간 매입 규모는 "내년 4월부턴 600억 유로"로 줄인다고 밝힘으로써 양적완화 총액 규모로 치면 600억 유로를 추가하는 선에서 상황을 정리했다.

시장의 전망이 실현됐다면 월 800억 유로가 6개월간 추가돼 총액이 4천800억 유로가 되지만 이날의 결론은 월 600억 유로가 9개월간 추가돼 총액이 5천400억 유로로 낙착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양적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들은 양적완화의 급격한 축소를 뜻하는 테이퍼링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드라기 총재는 이에 손사래 치며 매번 그렇듯이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자세를 보였다.

ECB 역시도 예의 보도자료를 통해, 늦춰진 양적완화 시한인 내년 12월을 거론하는 대목에서 '내년 12월 또는, 필요하면 그 이후'라고 언급하고, 경우에 따라 매입 규모 또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히는 것으로 유연성을 보였다.

어떻든 ECB가 이런 식으로 양적완화를 확대하고 나선 것은 '2% 바로 밑'을 중기 목표치를 설정한 물가상승률 달성이 난망한 상태가 이어져 경제활력 펌프질을 위한 마중물 붓기를 지속해야 한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물가상승률 곡선이 바닥에 붙어 있는 상황에서 ECB는 앞서, 전면적 양적완화 정책을 지난해 1월 처음 발표하고, 애초 그해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씩을 풀기로 한 바 있다.

ECB는 하지만, 물가상승률 목표치 달성이 어렵게 되자 양적완화 시행 시한을 내년 3월로까지 늦추는 결정을 지난해 12월에 다시 발표했다.

나아가 올해 들어 지난 3월에는 같은 이유를 내세워, 당시 0.05%이던 기준금리를 0.00%로 낮춰 사상 첫 제로 기준금리 시대를 열고 양적완화 규모를 월 800억 유로로 지난 4월부터 확대하며 투자등급의 비(非)금융 회사채도 매입 대상에 포함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ECB는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유지한 채 현실이 이에 크게 못 미치는 흐름이 계속되자 양적완화 심화 요구를 줄곧 받아왔다.

드라기 총재는 이에 따라, 지난 10월 회견에서 양적완화를 급격히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테이퍼링 가능성을 일축하는 대신 양적완화 정책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고, 이번에 이를 실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로화 사용 19개국을 뜻하는 유로존의 지난달 물가상승률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0.6%로 나타나 2014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ECB는 이날 공개한 물가상승률 예측치 자료에서 올해 0.2%, 2017년 1.3%, 2018년 1.5%로 각각 수치를 제시하고 이번에 처음 포함한 2019년도는 1.7%라고 적시했다.

이 전망치가 실현된다고 해도 '2%에 육박하는' 것으로 설정된 ECB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다는 점에서 ECB의 이후 양적완화 심화 여부는 시장의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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