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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의 풋볼프리즘] '전북 vs 레알' 성사될까? 진화한 클럽월드컵 의미

입력 : 2016.12.07 17:51|수정 : 2016.12.07 17:51


'아시아 챔피언' 전북 현대와 '유럽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까. 10년 만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이 본격적으로 2016 FIFA 클럽월드컵 일정에 돌입한다. 전북은 선수단 전원이 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대회 개최지인 일본으로 출국했다. 축구팬들의 관심사는 전북과 레알의 맞대결 성사에 모아지고 있다.

7일 오후, 전북이 일본 오사카로 떠났다. 8일부터 개막하는 '2016 FIFA 클럽월드컵' 출전을 위해서다. 이 대회는 유럽과 남미,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 각 대륙의 챔피언 클럽에게만 출전자격이 부여된다. 여기에 대회 개최국인 일본 J리그 우승팀 가시마 앤틀러스가 추가로 참가자격을 얻었다. 대회 첫날인 8일 오후, 가시마와 오세아니아 챔피언 클럽 오클랜드 시티가 개막전 성격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갖는다. 이 경기 승자는 11일 오후 아프리카 클럽 챔피언인 마멜로디 선다운스와 준준결승을 치르는 일정이다.

전북은 11일 치르는 아메리카 대륙 챔피언 클럽, 클럽 아메리카와의 준준결승이 첫 일정이다. 전북이 오사카 스이타 스타디움에서 치러지는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15일에는 요코하마 스타디움에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레알 마드리드와 준결승 단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전북이 이 경기에서도 승리하면 한화로 무려 50억원 넘는 우승 상금을 놓고 치르는 결승전 진출 티켓을 가져올 수 있다.

전북을 이끌고 있는 최강희 감독은 7일 출국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각오를 밝혔다. 최강희 감독은 "1차전에서 만나는 클럽 아메리카는 좋은 팀이다. 하지만 팀의 분위기는 우리가 더 좋을 수 밖에 없다.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반드시 승리해서 팬 여러분들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전북의 첫번째 상대인 멕시코 팀 클럽 아메리카는 전북이 10년 전 처음으로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클럽월드컵에서 만났던 상대다. 이 경기에서 전북은 0-1로 패해 분루를 삼켜야 했다. 무려 10년 만의 리턴 매치가 성사된 것. 최강희 감독의 말처럼 팀 분위기는 2006년 ACL 우승 당시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창단 초창기임에도 불구하고 ACL에서 깜짝 명승부를 연출하며 예상 밖 우승을 차지했던 전북은 그 우승으로부터 10년 뒤인 2016년, K리그 클래식에서는 이제 어떤 클럽도 쉽게 넘보기 힘든 빅클럽으로 성장했다. 성남, 포항, 수원, 울산 등 전통의 명가들이 부진과 부침의 시기를 겪고 또 다른 라이벌 FC서울이 2016 시즌에 사령탑 교체 등으로 격변의 시기를 보내는 동안 전북은 꾸준한 투자, 탄탄한 팀 분위기, 열정적인 팬 확보로 한 발 먼저 경쟁자들을 치고 나갔다.

이미지달라진 팀 분위기는 선수들의 의욕적인 모습에서도 그대로 전해진다. 팀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며 전북의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에도 앞장 선 이동국은 "레알 마드리드와 만나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꿈'을 출사표로 전했다.

오랜 시간 동안 한국 축구는 아시아, 나아가서는 세계 축구에서도 변방으로 불리는 존재였다. 대표팀의 선전과 비교하면 K리그 클럽들의 존재감은 국제 대회에서는 더더욱 흔적조차 찾기 힘든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AFC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의 규모를 확대하고, 클럽월드컵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가 날로 커져가면서 K리그 클럽들의 가능성과 저력아 새삼 재평가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팀과 프로 리그 팀들이 나란히 아시아에서 최강임을 자부하는 한국 축구는 이제 클럽 단위에서도 세계 무대를 바라보는 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변화를 선도하고 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것이 전북이다. 전북은 2016 시즌에도 개막을 앞두고 진행하던 겨울 전지훈련 기간 동안 독일 명문 클럽인 도르트문트와 비시즌 친전선을 갖는 등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여기에는 모기업의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오랜 기간 팀의 수장으로 전북을 이끌어 온 최강희 감독의 리더십이 클럽 안팎에서 전북의 위상을 높여 온 동력이 가장 큰 저력으로 작용했다. 심판매수 사건 등 불미스러운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ACL 우승'이라는 목표에 집중했던 전북의 집중력과 성과가 단순한 우연만은 아닌 이유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축구 클럽 역시 성적과 결과로 많은 것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다. 성적이 좋으면 과오는 잊혀지기도 하고, 실패했다 하더라도 도전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도 존재한다. 전북의 2016 클럽월드컵 도전이 '남다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모기업과 감독의 존재를 넘어 결코 확산되지 않을 것 같던 K리그의 열기를 지방으로 확대시킨 성과는 이제 전북의 가장 큰 자산이다. 이번에는 언제나 대표팀에 집중되어 있던 국제대회에서의 성과를 클럽팀이 어느 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가 하는 대목에 도전의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4년에 한 번씩 대표팀이 출전하는 월드컵만큼 클럽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탄탄한 관객층을 담보하는 일본 J리그가 꾸준히 클럽월드컵을 개최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여기에 최근 아시아 축구계는 기존의 강자인 한국을 비롯해 중국 시장까지 무섭게 성장하면서 시즌 막바지 개최되는 클럽월드컵 출전이 구단 전력이나 마케팅 차원에서도 큰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각 대륙 챔피언스리그 우승팀들이 최고 클럽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갖고 출전하는 만큼 '이벤트성' 대회라는 인상이 짙었던 경기 내용도 점차 진검승부를 벌이는 치열한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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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11명이 하는 종목이다. 개인 위에 팀이 존재하고, 팀을 하나로 모아주는 동력은 승리다. 전북에게는 1차전 클럽 아메리카와의 대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고, 레알 마드리드와 진검승부를 펼치겠다는 '꿈'이 있다. 10년 전 그저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고 평가 받았던 아시아 변방의 클럽은 어느덧 유럽 챔피언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아시아 최강 클럽이 되어있다. 전북이 마치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표팀 같은 각오로 이번 클럽월드컵에 임하는 이유기도 하다.

지네딘 지단 감독과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존재만으로도 이미 상대팀을 압도하는 '지구방위대'라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에는 전북 선수단의 몸값을 전부 합쳐도 살 수 없는 선수들이 대다수다. 현실적으로 전북이 레알 마드리드를 만나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축구팬들은 사실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그 이전에 대결 자체가 성사될 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다만 이 대결이 성사되고, 전북이 목표한 대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후회 없는 경기력까지 선보인다면, 전북이 10년을 준비해 일궈낸 성과는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에서 축구계에 큰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축구공은 둥글고, 기적은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제 대표팀이 아닌 클럽팀 단계에서 증명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 묵직한 울림은 'K리그가 탄탄해야 대표팀이 더 강해진다'는 명제에도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릴 수 있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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