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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의 논픽션] '강동원 판타지'는 신기루였을까

입력 : 2016.12.07 14:28|수정 : 2016.12.07 14:28


올 초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이 전국 9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대박을 터트렸을 때 많은 이들은 '강동원 효과'를 언급했다. 지난해 가을, 한국형 엑소시즘을 내세웠던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이 540만 명을 동원한 것도 강동원의 맹활약 덕분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충무로는 데이터에 민감하다. 편당 적게는 수십 억, 많게는 백 억 이상이 투입되는 자본의 예술인 영화에서 흥행은 보는 투자, 제작자의 제1의 지향점이다.

그러다 보니 배우 캐스팅에서도 네임밸류를 중요시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몇 년간 강동원이 보여준 티켓 파워는 놀라웠다.

충무로는 강동원 잡기에 혈안이 됐다. 이 배우는 톱 감독과 거대자본이 투입된 안전한 영화만을 택하지 않았다. '검은 사제들'부터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에 이르는 최근작 3편 모두 신인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고, 장르도 다양했다.

그 자신도 "내가 보는 시나리오는 투자, 배급사 분들도 다 찾아서 본다더라"며 안목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미지그러다 보니 데뷔를 앞둔 신인 감독의 시나리오나 난해한 소재의 시나리오들이 앞다투어 강동원에게 향하는 기현상을 나타났다. 투자와 캐스팅이 여의치 않은 감독에게 강동원의 안목과 선택은 또 다른 기회였다. 강동원의 출연은 투자에 큰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최근 강동원의 흥행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신작 '가려진 시간'이 전국 50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친 것이다. 총제작비 80억이 투입된 이 영화는 일일 관객 10만 명의 벽도 넘지 못한 채 12일 만에 퇴장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근래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소재와 시도 그리고 신인 엄태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 작품이었기에 흥행 부진이 더욱 아쉽게 다가왔다. 물론 이 영화의 실패가 강동원의 탓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외부적 요인들이 흥행의 발목을 잡았다. 우선 개봉일 선택의 아쉬움이다. 애초 11월 10일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는 일주일 뒤인 16일로 개봉을 변경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피하고, '신비한 동물사전'과의 맞대결을 택한 것이다. 개봉 첫날 '가려진 시간'은 '신비한 동물사전'에 세 배 이상 뒤처지며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했다. 이후 줄곧 2, 3위에 머물며 경쟁작이 400만 흥행을 기록하는 동안 50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3주 차 평일 들어 일일 관객이 10만 명 이하(11월 9일 기준 7만 4천여명)로 급감했다. 동시기 극장가는 눈에 띄는 신작이 없었고, 박스오피스도 무주공산에 가까웠다. '가려진 시간'이 예정대로 10일에 개봉했다면 박스오피스 1위 데뷔가 가능했을 것이다.

개봉작의 첫 주 관객 동원은 매우 중요하다. 1위로 데뷔해야 스크린 유지가 가능하고, 박스오피스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잠재 관객의 유입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미지홍보 전략 역시 아쉬웠다. '가려진 시간'은 '멈춘 세계'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어른이 된 소년과 소녀의 믿음을 이야기하는 판타지 드라마다.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오락 영화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 판타지 영화이고 그 부분의 오락성도 부각했어야 했다.

영화는 독특한 소재의 독립영화처럼 포장된 감이 없잖다. 그러다 보니 관객에게 '난해하고 지루한' 영화로 인식되며 선택을 주저했다. "좋은 작품이라고는 하는데 딱히 보고 싶지는 않은" 영화가 돼버린 것이다.   

물론 제작진은 작품 자체만으로 승부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강동원을 보러왔다가 신선한 영화의 매력에 빠지는 관객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강동원의 주요 팬층인 10대 학생들과 20~30대 여성 관객들에겐 영화 시작 후 40분 뒤에나 기다리던 배우가 등장해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멜로와 판타지 사이의 어지중간한 포지셔닝도 요즘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데 실패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가려진 시간'을 통해 강동원의 티켓 파워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가능해졌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 영화관계자는 "그간의 흥행은 하정우, 김윤석, 황정민 등 믿고 보는 배우와의 투톱 주연 혹은 멀티 캐스팅에서 이뤄졌다"면서 "원톱 주연작에서의 티켓 파워가 입증된 적이 없었기에 강동원이라는 이름에 가진 관객의 신뢰도를 측정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도 했다"는 견해를 전했다. 

또 스타성만큼 연기력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은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왔다.       

강동원은 오는 21일 '마스터'로 컴백한다.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범죄 수사극으로 이 영화에는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세 명의 스타 배우가 출연한다. 흥미로운 소재와 멀티 캐스팅의 오락 영화로 올겨울 최고의 기대작 중 한 편이다. 잠시 주춤했던 강동원의 부활은 머지않아 보인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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