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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유족회 "국정교과서, 4·3 왜곡·축소" 폐기 촉구

입력 : 2016.11.30 10:38|수정 : 2016.11.30 10:38

4·3연구소, 제주교육감, 지역 여야 정치권도 반발·우려


▲ 4.3 왜곡·축소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사진=연합뉴스)

제주4·3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해 "4·3의 역사를 왜곡·축소했다"며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3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는 '화해와 상생'이라는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을 짓밟고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를 훼손했다"며 국정교과서를 전면 폐기하고,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유족회는 "반세기 넘는 세월을 고통 속에 보내면서도 올바른 역사의 평가와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온 우리 유족들은 기존 검정교과서보다 후퇴한 국정교과서를 보며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회는 "4·3특별법이 제정, 공포됐음에도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도민과 유족의 바람을 무시하고 한 번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그것도 모자라 다시 한 번 유족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려는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유족회는 "정부는 4·3영령과 유족에게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역사교과서에 4·3사건이 올바르게 기술되도록 책임을 다하고, 4·3에 대해 청소년들이 역사인식을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하라"고 강조했다.

양윤경 유족회장은 "조만간 교육부에 항의 방문할 것이며, 이번 주말 촛불집회에 유족들도 참여해 박근혜 정권 퇴진과 국정교과서 반대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제주에서는 국정교과서에 4·3 관련 부분이 축소·왜곡됐다며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검토본이 공개된 지난 2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정교과서는 4·3 발발 배경을 '남로당에 의한 무장봉기'로 정리, 단순화시키는 등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며 "이 내용으로는 전국의 학생들이 4·3사건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있다. 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검정교과서에서 자유발행제로 가야 하는 시기에 되려 국정교과서를 발행한다는 건 시대 역행"이라며 "역사교사와 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개본을 면밀히 분석할 것이며, 제주를 찾은 수학여행단이 4·3 유적지를 방문토록 하는 등 4·3을 올바로 알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제주4·3연구소는 지난 29일 성명을 통해 "국정교과서의 4·3 내용은 면피성 서술에 불과하다"며 "이 내용으로만 보면 2만5천∼3만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4·3사건을 중고등학생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학생들의 알 권리 침해이자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국정교과서가 4·3특별법과 진상조사보고서에 나온 4·3사건의 정의를 외면했고, 4·3 특별법 명칭과 제정·공포의 주체·연도 등 기초적인 사실에서도 오류가 드러났으며, 4·3 국가추념일 지정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제주지부도 같은 날 성명을 내 "국정 역사교과서는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4·3 역사를 왜곡했다"며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하고 국정농단, 헌법무시, 역사교육 퇴행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도 여야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강창일(제주갑)·오영훈(제주을)·위성곤(서귀포) 국회의원은 "8종의 검정교과서가 사진과 각종 참고자료 등을 통해 4·3의 참혹한 실상을 고발하고 도민 희생을 기리고자 한 반면 국정교과서는 분량이 반절밖에 안 되고, 사진이나 참고자료는 없으며, 정부 진상조사보고서조차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이번에 발표된 교과서는 4·3사건을 단지 3문장으로만 설명해 지난 20여년간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4·3 해결의 노력과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도당도 "특별법 제정으로 이미 1만4천여명의 유족 신고가 이뤄지고 국가추념일이 지정된 사실에 대한 서술은 보이지 않고, 4·3의 원인이 마치 남로당의 봉기에 의한 것으로만 적시되는 등 객관적 서술을 가장한 왜곡을 자행했다"며 "국정교과서를 즉시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도당도 "국정교과서는 4·3 내용을 축소했고 구체적인 발발 원인에 대해서도 '남로당 무장봉기'로 왜곡했다"며 "현대사 부분의 집필진 중 대다수는 뉴라이트 성향이고, 제대로 된 역사전공자가 하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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