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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강자 부상 우오현 회장 "지금 배를 사면 남는 장사"

입력 : 2016.11.30 08:47|수정 : 2016.11.30 08:47

"한진해운 글로벌 노선 2018년 매출 1조1천억원 될 것"


"내년 1월까지 두 달 안에 모든 준비를 끝내라. 터미널, 컨테이너, 배 3개는 무조건 챙겨라."

최근 한진해운 글로벌 노선 인수에 나선 우오현(63) SM(삼라마이더스)그룹 회장은 본계약을 체결하자마자 담당 임직원들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

중견 SM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해운은 지난 22일 회생 절차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 노선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대한해운은 주주총회를 거쳐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인수를 마무리하게 된다.

이로써 SM그룹은 산하에 대한해운, 삼선로직스, 한진해운 글로벌 노선 등 3개 해운사를 거느린 새로운 '해운 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우 회장은 3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배를 사는 것은 '남는 장사'라며 "한진해운 글로벌 노선 매출은 내년에 6천500억원, 2018년에는 그 두 배인 1조1천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진해운 인수전에 나선 데 대해 "만고(萬古)를 보낸 회사(한진해운)를 소를 잡듯이 잡아서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법원과 시장도 우리가 인수해 회생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봤다"고 소개했다.

우 회장은 한진해운 미주노선 본계약 체결 직후 임직원들에게 "용선(배를 빌리는 것)은 생각도 하지 마라. 배들은 고철로 나와 있으니, 좋은 놈(배)으로 골라 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는 "배를 새로 짜는데 과거엔 500억원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수명이 15∼17년 남은 배를 사는 데 100억원 밖에 들지 않는다.

과거 용선료(해운사가 배를 빌리고 선주에게 지불하는 이용대금)는 2만∼3만 달러에 달했지만, 지금은 하루 100만원 이자에 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1척을 산다고 하면 2천억원밖에 안 든다. 과거 배 한 척 값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 배를 더 사서 용선을 줘도 돈이 남는다. 배를 사서 버리게 되더라도 철근값이 올라가면 돈을 받으니 남는 장사"라고 했다.

그는 "외국인 화주들과 얘기가 돼 물동량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다른 업체보다 10% 싸게 운임을 받고 화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도 고스란히 승계한다. 육상 인력과 해외직원 600명, 그리고 선원 500명도 따라와 모두 1천100명이다.

미국·아시아 노선을 운영하려면 화물을 실어주는 해외 직원이 필요하고 적어도 21척의 배를 살 예정이라 한 척당 24명씩 선원 500명도 필수"라고 설명했다.

우 회장은 또 "벌크선을 취급하는 대한해운이 컨테이너 운용 경험이 없다는 건 한진해운 회생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진해운에서 오랜 기간 잔뼈가 굵은 고도의 기술을 갖춘 직원들이 그대로 와서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 회장은 이번 한진해운 미주노선 인수로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얻었지만, 적지 않게 속앓이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롱비치터미널은 롱비치 항만 내 최대 규모로 연간 30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이상의 화물 처리 능력을 갖췄고 미국 서부항만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한다.

한진해운은 터미널을 운영하는 미국 자회사인 TTI의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운영하려면 롱비치테미널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고정 화주 확보 등 작업이 수월해진다.

우 회장은 "롱비치터미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포장된 것과 달리 막상 속을 들여다보니 과거 한진그룹이 미국 6개 은행으로 구성된 대주단에서 3천억원 수준의 빚을 지면서 경영 포기 각서까지 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커녕 껍데기나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주단이 다음 달 15일까지 대출 승계 등 방안을 결정하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파산 처리하고 2대 주주 MSC에 넘기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하지만 한진해운 미주노선 자체도 우리 돈을 들여 인수하는 데 롱비치터미널 대출까지 직접 떠안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아직 입장을 정리할 시간이 남아 있는데도 롱비치터미널 지분 인수를 위한 비공개 입찰을 진행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결국, 입찰에 참여한 현대상선이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결국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미국 대주단에서 대출을 승계해야 하므로 공정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에 우리와 현대상선이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절반씩 갖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 역시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M2 가입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윈윈할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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