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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日 전범 기업, 근로정신대 피해자에 1억씩 배상"

민경호 기자

입력 : 2016.11.23 17:09|수정 : 2016.11.23 17:09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또다시 전범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9부 이정민 부장판사는 오늘(23일) 김옥순 할머니 등 5명이 전범 기업인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회사 측은 김 할머니 등에게 1인당 1억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일본이 중일전쟁·태평양전쟁 등 불법적인 침략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군수업에 필요한 인력을 강제로 동원했고, 후지코시는 이 과정에서 일본의 정책에 적극 편승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피해자들은 당시 12살에서 15살 소녀들이었는데도 매우 가혹한 환경에서 위험한 업무에 종사했다"며 "후지코시의 불법행위로 인해 김 할머니 등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피해자들의 당시 연령과 강제노동에 종사한 시간, 열악한 근로 환경,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던 점, 피해자들이 귀국한 뒤 겪은 사회적·경제적 어려움 등을 모두 고려해 피해자들이 위자료로 청구한 금액을 모두 인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근로정신대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강제 인력수탈을 위해 만든 인력 조직입니다.

일제는 주로 태평양전쟁 후반부 전쟁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군수 공장에 조선인들을 동원했습니다.

김 할머니 등 5명은 강제 동원돼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서 강제노동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입게 된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지난해 4월 각자 1억 원씩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전범 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은 한일 양국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11년 10월 후지코시가 김 할머니 등을 모집할 때 기망·협박 등 위법적 권유가 있었다는 점과 강제적인 노동을 강요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권리가 실효했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대법원은 2012년 5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은 일본의 식민 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일제 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충돌한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후 대법원 선례를 따르는 판결이 잇달아 나왔습니다.

광주고법은 지난해 6월 1심과 마찬가지로 미쓰비시가 피해자들에게 총 5억 6천여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4년 피해자들의 노동 기간에 따라 8천만 원에서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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