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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여유만만 벵거 감독 "맨유전, 무리뉴와 대결 아냐"

입력 : 2016.11.18 15:59|수정 : 2016.11.18 16:16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잉글랜드 축구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퍼거슨 후계자 찾기' 였다. 2013년 은퇴 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가 누구인가는 맨유 뿐만 아니라 EPL 전체의 관심사였다. 해당 클럽인 맨유가 2016년 여름, 가장 적합한 후계자로 거론돼 왔던 주제 무리뉴를 영입했지만 질문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부임 약 6개월째를 맞는 무리뉴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보일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무리뉴를 기다리고 있는 다음 상대는 그의 오랜 라이벌 아르센 벵거 감독. 아스날은 2016/17 시즌 개막 이후 7승 3무 1패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아스날의 우승 가능성 또한 그 어느 시즌보다 높게 점쳐지고 있다.

오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맨유의 홈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맨유와 아스날의 경기가 킥오프 한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오랫동안 리그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경쟁을 벌여 온 두 팀은 내로라하는 빅클럽들이다. 전 세계에 걸쳐 팬층이 형성되어 있고 구단 규모와 전통 또한 EPL 여타 클럽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첫 맞대결을 앞둔 두 팀의 분위기는 극과 극.

최근 몇 년 동안 리그에서 불안한 행보를 거듭하던 아스날은 이번 시즌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탄탄한 선두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말미 클럽의 열렬한 팬들이 벵거 감독의 퇴진 운동을 펼쳤을 정도로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아스날은 이번 시즌 부동의 에이스로 거듭난 메수트 외질의 활약을 발판으로 시즌 개막 후 3개월 넘게 리그 1위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반면 맨유는 기대했던 '무리뉴 효과'가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팀 분위기 역시 악화 일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시즌 개막 직전 치른 커뮤니티실드 승리와 곧바로 이어진 리그 3연승이 '역시 무리뉴'라는 찬사를 끌어냈지만 허니문은 예상 외로 짧은 시간에 마무리 됐다. 주장 웨인 루니의 부진에 즐라탄과 포그바 등 대형 이적생들의 기복까지 겹치면서 맨유는 12라운드를 앞두고 리그 6위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다음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리그 4위에까지 주어지는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놓고 이미 1위 리버풀을 포함 첼시, 맨시티, 아스날에 토트넘까지 5개에 이르는 팀들이 승점 3점 차의 치열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리그 6위의 맨유(승점 18점)는 5위에 올라 있는 토트넘(승점 21점)과도 격차가 벌어져 있다.

이런 가운데 12라운드 맨유 원정을 앞두고 있는 아스날의 벵거 감독은 라이벌과의 대결보다 축구의 기본에 집중하겠다는 출사표를 밝혔다. 장외 설전을 포함 경기 외적인 요소들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 벵거 감독은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감독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경기에서 지는 일이라고 답할 것이다. 나머지의 것들은 모두 잊혀 지게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지벵거 감독은 계속된 인터뷰에서 "퍼거슨 감독이 맨유를 이끌었던 시절 나는 그와 수많은 일촉즉발의 상황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좋은 와인 한 잔을 함께 즐기는 사이가 되어 있다. 절대로 잊혀 지지 않는 것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좋지 못한 결과를 남기는 것이다. 맨유전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무리뉴의 대결에 집중했지만 나는 그것이 축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리그 상위권에 군림하며 피할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쳐 온 맨유와 아스날은 사령탑들 간에도 치열한 라이벌 의식이 형성되어 있다. 더욱이 무리뉴는 맨유의 지휘봉을 잡기 전 첼시에 재임하던 시절에도 벵거 감독과는 리그를 대표하는 '앙숙'으로 꼽혔던 감독이다.

실제로 이번 12라운드 결과에 따라 두 감독을 둘러싼 상황은 더욱 급변할 수 있다. 승점 24점으로 리그 4위에 올라 있는 아스날이나 승점 18점으로 6위에 올라 있는 맨유 모두 승리가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스날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입장이지만 11월 중순 현재 EPL 상위권 팀들 간의 승점 차가 3점 안팎에 불과해 자칫하면 챔스 티켓이 주어지는 리그 4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을 쉽사리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맨유의 상황은 더 절박하다. 올해 여름 이적 시장에서 이적료 기록을 갱신하며 포그바를 영입하는 등 의욕적인 팀 리빌딩에 나선 맨유는 지난 9월 치른 맨시티와의 더비전 패배 이후 팀 분위기가 좀처럼 상승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벌써 'BBC' 등 일부 언론에서는 맨유가 이번 시즌 4위 안에 진입하지 못해 챔스 티켓 확보에도 실패할 경우 손실액이 최소 3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벼랑 끝에 몰려 있는 맨유 무리뉴 감독에게 더욱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리그 강팀들과의 대결에서 이렇다 할 승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이번 시즌 리버풀, 첼시, 맨시티와의 맞대결에서 세 팀을 상대로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무리뉴 감독의 자존심은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 무리뉴 감독은 그간 벵거 감독 개인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승률을 자랑해 왔다. 아스날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 왔던 맨유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무리뉴가 이번 라이벌전에서도 패할 경우 맨유의 침체기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두 팀을 둘러싼 분위기는 극과 극이지만 원정팀 수장인 아스날의 벵거 감독은 한결 같은 '여유로움' 속에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벵거 감독은 "무리뉴도 실수를 하고, 나도 실수를 한다. 결국 훗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되는 것은 그러한 문제가 아니다. 어느 팀이 더 훌륭한 축구를 했고, 어느 팀이 승리 했는가다"라며 마지막까지 기본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무리뉴와 벵거, 벵거와 무리뉴. 오는 19일 치러지는 맨유와 아스날의 리그 12라운드 경기는 EPL을 30년 넘게 지배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존재감을 대체할 가장 강력한 감독들로 거론돼 온 두 사람의 대결 구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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