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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WC] 아르헨티나 메시, 증명하지 못한 '에이스의 품격'

입력 : 2016.11.11 15:39|수정 : 2016.11.11 17:20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본선행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약 넉 달 만에 국가대표팀에 복귀한 리오넬 메시도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다. 최종예선이 반환점을 돌고 있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티켓의 향방을 두고 각국 대표팀의 명암이 속속 엇갈리고 있다.

11일(우리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지역 최종예선 11차전 경기에서 홈 팀 브라질이 3-0 완승을 챙겼다. 원정에 나선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최전방의 메시와 이과인을 필두로 걸출한 대표팀 자원들을 총동원해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단 한 차례도 브라질의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경기 운영 분위기나 조직력에서도 홈 팀 브라질에 완전히 밀린 아르헨티나는 이 날 패배로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4승 4무 3패, 6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반면 아르헨티나까지 잡으며 7승 3무 1패를 기록한 브라질은 승점 24점을 확보,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에 더욱 가까워졌다.

이 날 두 팀의 경기는 FC 바르셀로나의 공격진 'MSN' 라인에서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의 맞대결로 더욱 큰 관심을 모았다. 소속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세계 최강의 공격진으로 군림하고 있는 두 선수가 각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적으로 만나게 된 것. 더욱이 현재 세계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메시는 한 차례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브라질전을 통해 복귀전을 치르게 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였다.

메시는 지난 여름 2016 코파 델 레이 결승에서의 PK 실축, 지속적으로 쌓여 왔던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내부 문제에 대한 불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전격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었다. 하지만 9월 이후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난관에 봉착하자 대표팀 복귀를 선언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바우사 감독은 10월 예선 경기에는 메시를 부상으로 소집하지 못했다. 이후 메시가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부상 회복 이후 골 감각을 끌어올린 데 이어 이번 브라질전을 앞두고 대표팀에도 합류함에 따라 반등의 기회를 노렸다.
이미지하지만 부진은 계속됐다. 만날 때 마다 '세기의 대결'로 불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기지만 이 날 경기는 뚜껑을 연 결과 승패의 흐름이 일방적이었다. 초반부터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며 공방전을 주고받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전반 24분 브라질 공격수 쿠티뉴의 전광석화 같은 중거리 슛으로 단숨에 균형이 깨졌다. 미드필드진이 안정적인 패스워크를 선보인 아르헨티나가 서서히 볼 점유율을 높여가며 상대를 압박했지만 브라질 공격진의 순간적인 움직임에 아르헨티나 수비진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브라질은 팀 에이스 네이마르의 빠른 패스 연결에 쿠티뉴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 가면서 단숨에 경기 흐름을 뒤집었다.

선수들 개인의 1대1 대결에서 브라질에 결코 밀리지 않는 아르헨티나인 만큼 먼저 한 골을 실점하기는 했어도 흔들림 없이 공격을 주도하며 다시 브라질을 압박했다. 무엇보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에이스인 메시는 팀이 한 골을 먼저 내주자 최전방에서 중원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브라질 수비진을 흔들었다. 그러나 메시 홀로 상대 수비라인을 허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제골 이후 수비진이 탄탄한 집중력을 선보인 브라질 수비라인은 상대의 파상공세로부터 흔들림 없이 골문을 지켜냈다. 더욱이 전반 45분에는 브라질이 다시 한 번 결정적인 골 장면을 만들었다. 팀 동료인 메시가 지켜보는 가운데 브라질 에이스 네이마르가 문전 앞에서 이어 받은 패스를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했다. 브라질은 네이마르가 전반에만 1골 1도움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두 골을 만들어내 승기를 선점했다.

두 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세계 최강의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인 만큼 후반 들어 다시 한 번 거센 반격이 예상됐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바우사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공격수 아구에로를 투입하는 등 전술에 변화를 주며 만회 찬스를 노렸다. 그러나 경기는 의의로 이른 시간에 승패의 흐름이 굳어졌다. 후반 13분 브라질 공격수 파울리뉴가 상대 수비진 빈 공간을 파고들며 침착한 슈팅으로 팀에 세 번째 골을 안겼다. 브라질 에이스 네이마르와 아르헨티나 에이스 메시의 희비는 빠르게 엇갈렸다.
이미지최전방에서 쿠티뉴, 파울리뉴, 제수스 등의 동료들과 함께 시종일관 빠른 템포의 패스와 날카로운 움직임을 선보인 네이마르. 자국 브라질 대표팀의 승리를 견인한 네이마르는 1골 1도움이라는 수치뿐만 아니라 그 존재감에 있어서도 '에이스의 자격'을 충분히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브라질월드컵 충격 이후 부침을 겪었던 브라질 대표팀은 팀의 중심인 네이마르가 대표팀 합류 때마다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면서 최근 1년 새 확연히 상승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예선에서도 7승 3무 1패를 기록, 11라운드를 마친 현재 우루과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반면 대표팀에서는 소속팀에서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메시와 아르헨티나는 또 한 번 총체적 난국에 빠지게 됐다. 남미예선 순위가 6위까지 떨어진 아르헨티나는 남아 있는 7차례의 예선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확보하지 않으면 자칫 러시아 월드컵 무대에 함께 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미예선은 4위까지 총 4팀에게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데 11차전을 마친 상황에서 브라질, 우루과이, 콜롬비아, 에콰도르가 순위표 상위 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3위 콜롬비아(승점 18점)부터 7위 파라과이(승점 15점)까지 각 팀들 간의 승점 차가 크지 않아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물론 팀들 간 승점 차가 크지 않은 만큼 아르헨티나 역시 간발의 승점 차이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가져갈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분위기 반전이 시급하다. '神의 영역'에 존재한다는 선수, 리오넬 메시를 보유하고도 월드컵 본선행에 실패하는 '악몽'이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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