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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내우' 수습, 트럼프 '외환'으로 영향 받을까

입력 : 2016.11.09 19:38|수정 : 2016.11.09 19:38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선 승리는 최순실 파문으로 인해 혼돈에 빠진 국내 정국에도 충격파를 드리울 전망이다.

그러잖아도 국정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미간 주요 안보·경제현안에 있어 불확실성을 크게 증폭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트럼프 쇼크'라는 대외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의 정치적 문제를 서둘러 수습해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키면서 최순실 정국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의 예상 밖 당선은 우리나라에 기회보다는 위기요인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어 정치권 역시 정쟁보다는 조속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을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9일 동시에 트럼프 집권 이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국내적으로 가져올 파장에 대한 국내적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연일 톱 뉴스를 장식한 비선실세 의혹의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여권으로서는 최순실 파문에 따른 '쓰나미 정국'에서 다소나마 숨을 쉴 공간이 생긴 셈이다.

국무총리를 추천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하고 장외 집회에 나서고, 외치(外治)까지 내려놓고 2선으로 후퇴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상황변화'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내우외환'에 빠진 국가의 위기극복을 앞세워 야권이 걸어온 대통령 퇴진 드라이브의 동력이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수권을 생각하는 야권으로서는 무작정 총리 추천을 거부하고 박 대통령의 퇴진 요구만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의 외교와 경제에 가장 큰 변수인 미국의 리더십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락한 대통령 리더십을 메꿀 '거국중립내각'을 하루빨리 구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한다면 자제해야 한다. 무너진 나라에서 정권을 잡으면 뭐하겠느냐"면서 "길로 나갈 게 아니라 국회로 나오는 게 정도"라고 말했다.

비주류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트럼프 당선 입장문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가 지금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를 돌파해야 할 국가 리더십은 실종된 상태"라면서 "야 3당은 대통령의 제안을 무조건 거부할 게 아니라 하루속히 총리 적임자를 추천하고 새 총리로 하여금 실질적 거국내각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야권에서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외교 분야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서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야3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추천 총리' 제안에 거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자칫 국정공백 사태를 더 장기화시킨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야권 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마저 우리를 이렇게 괴롭히나"라고 곤혹스러워했다.

물론 외교·안보 분야에 트럼프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박 대통령이 즉각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비선실세' 파문은 외국에서도 화제가 돼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외치 권한을 행사할 경우 현재의 난국을 헤쳐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트럼프가 초래한 불확실성을 대처할 주체는 박 대통령이 아니라 새롭게 구성될 거국중립내각"이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대통령이 조속히 퇴진하는 길만이 국정공백과 외교공백을 최소화하고 혼란의 장기화를 막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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