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임명해달라는 야권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을 사실상 철회함에 따라 김 내정자가 추천한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도 철회 가능성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임종룡 경제부총리와 박승주 장관 내정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두 내정자 모두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기 위한 행정 절차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로 이들의 거취 문제 역시 국회와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안전처에 따르면 박 내정자는 이날 서울 시내에 모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으며 거취와 관련해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안전처는 청와대가 내정을 발표한 이튿날인 3일 사무실을 임대하고 청문회 준비팀을 꾸렸으나 현재는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안전처 관계자는 "내일부터 내정자에게 업무보고할 예정이었으나 일정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준비팀에 파견한 인력도 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전처는 박 내정자의 재산과 병력 등 인사청문요청서에 필요한 사항을 작성해 인사혁신처에 제출했으나 청와대의 지침이 없어 아직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는 보내지 않은 상태다.
안전처 안팎에서는 총리 내정자가 추천했다는 점에서 박 내정자는 총리 내정자와 '패키지'이므로 장관으로 임명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날 국회 안행위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인준이 불투명한 총리 내정자로 추천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박 내정자는 명상을 통해 전생을 47회 체험하고 동학농민운동 지도자인 전봉준 장군을 만났다고 쓴 저서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천제를 재현한 행사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다는 점이 드러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내정자와 관련해 "무속인에 가깝다"면서 "대한민국이 무당공화국? 최순실에 이어 정신이 혼란하다"고 적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에 실패해 총리를 추천하지 못하거나 여야가 합의해 김병준 내정자를 총리로 추천한다면 박 내정자 카드도 다시 살아날 여지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국회 청문회 통과여부는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승주 내정자의 내정이 철회된다면 박인용 현 장관이 유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미 리더십에 상처는 받은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