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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멀고 마음은 바쁘다'…검찰, '일모도원' 언급 눈길

입력 : 2016.11.08 15:08|수정 : 2016.11.08 15:08


'비선 실세'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수사 일정과 관련해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사자성어 '일모도원'(日暮途遠)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검찰 관계자는 8일 박 대통령 수사 일정에 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마음이 급하다. 이번 주는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모도원,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고 부연했다.

이 고사성어는 중국 사기(史記)의 '오자서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이었던 오자서가 초의 평왕이 자신의 아버지와 형을 죽이자, 원수를 갚기 위해 오나라로 도망가서 권토중래해 초나라로 쳐들어가지만 이미 평왕은 죽고 난 뒤라 그의 시신을 무덤에서 파내 채찍질을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는 상황을 빗대어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된다.

그러면서도 이 말 속에는 '도리에 어긋남을 무릅쓴다'는 의미도 담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한편 이 사자성어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9월 30일 대검찰청에서 청렴서약식을 하면서 언급한 말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당시 "취임 이후 머리 속에는 늘 '일모도원', 해는 지고 길은 멀다는 단어가 맴돌고 있다"며 "갈 길은 멀지만 우리가 원칙에 따라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한다면 국민의 신뢰도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그동안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주변 인물들의 국정농단 사건을 숨 가쁘게 수사해왔다.

지난달 24일 특별수사팀을 편성한 데 이어 27일 특별수사본부를 꾸렸고, 이달 4일 수사 검사를 32명으로 확대했다.

지난달 30일 최씨가 영국에서 전격 귀국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최씨를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과 사기미수 혐의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직권남용과 강요미수 혐의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다른 갈래의 수사도 동시다발로 진행했다.

검찰은 삼성과 대한승마협회가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불법 지원한 정황을 포착해 이날 삼성전자와 승마협회, 한국마사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아울러 검찰은 정 전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도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사건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차은택씨가 중국에서 아직 귀국하지 않아 광고사 강탈 의혹 등 차씨와 측근들이 얽힌 일부 수사가 본격화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이 최씨를 구속기한 만기(20일) 하루 전인 19일께 기소하기로 한 만큼 이제 주어진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박 대통령 조사도 그사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대통령은 4일 담화에서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최씨 기소를 끝으로 수사가 마무리되는 건 아니다.

보강 수사를 통해 추가 기소가 가능하다.

일모도원의 비유를 연장하자면, 날이 저문 후에도 실체적 진실을 향한 검찰의 여정은 계속되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의 1차 기소가 다는 아니다. 추가 기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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