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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최순실 관련 예산 5천억 원…인정한 정부

김범주 기자

입력 : 2016.11.08 11:21|수정 : 2016.11.0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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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입니다. 어제(7일) 국회에서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서 고구마가 줄기가 또 캐어져 나왔습니다. 정부 예산 중에 최순실 씨가 개입을 해서 나중에 돈을 쓰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가 된 상태였는데, 정부에서 이거 찾아보니까, 실제로 그런 예산이 있었다며 인정을 했다면서요?

<기자>

예산안을 짜는 과정을 먼저 설명을 드려야 되는데, 1단계로는 각 부처에서 "내년에 우리가 이렇게 돈을 쓰겠습니다."라고 계획안을 내고요.

2단계로 이걸 기획재정부에 가져가서 필요한 거냐, 아니냐 따진 다음에 3단계 국회에서 이걸 보는 건데, 이걸 다 통과해서 최순실 관련 예산이 지금 얼추 잡기로는 내년 걸로만 5천억 원이 잡혔다는 게 나왔습니다.

<앵커>

참 황당하네요. 그런데 요즘 각종 의혹이 불거져도 잡아떼기 바쁘던데 이건 어떻게 또 인정을 하게 된 건가요?

<기자>

그러게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국회에 나갔는데, 의원들이 물어보니까 대답을 이렇게 하면서 논란이 시작이 됐습니다. 그것부터 한 번 들어보시죠.

[유일호/경제부총리 : 흔히 언론에 나오는 최순실 예산을 파악을 하고 있고요, 파악이 거의 끝났습니다.]

[유승민/새누리당 의원 : 그래서 부처 스스로 의혹이 있다고 판단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유일호/경제부총리 : 네, 문체부에서는 이런 문제는 의혹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예산을 낸 쪽에서 나중에 보니까 의혹의 소지가 있다. 본인들이 인정을 했다. 이걸 2단계, 3단계 올 때까지 걸러지지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이 오히려 가만히 있고, 여당 의원들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다그치기 시작합니다.

[이종구/새누리당 의원 : 8월에 집중적으로 문체부에서 올린 예산을 심의할 적에 그게 스포츠 관련이 됐든 문화 관련이 됐든 한류가 됐든 볼 거 아니에요. 같이 '좋다. 좋다'해서 한 건데, 왜 그랬냐 그거지, 그때 다 공모해서 다 알면서 예산을 책정해준 게 아닌가.]

[기획재정부 관계자 : 개별 사업의 뒤에 누가 있어서 그 사람이 가져갈 것을 전제로 예산을 해주고 이런 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종구/새누리당 의원 : 그런 걸 몰랐다? 그런 게 없었다? (네.)]

정부가 이걸 찾아서 다 깎겠다고 밝히긴 했습니다마는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누군가 권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예산까지 주물럭 하는데 정부가 이걸 막지 못했다.

그러고 이제 와서 "몰랐네요." 이렇게 얘기를 한다 그러면 결국, 우리가 낸 세금이잖아요. 굉장히 답답하고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걸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황당하네요. 이게 아무래도 의혹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었는데 다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이제는 한진해운 쓰러진 것도 다 최순실 씨 때문 아니냐, 이런 얘기도 사실처럼 믿어지고 있어요.

<기자>

그 얘기까지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이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장을 할 때 최순실 씨가 원하는 걸 안 들어줘서 미운털이 박혀서 그랬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거죠.

<앵커>

최순실 씨가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서 돈을 벌려고 했다는 그 이야기와 막 다 맞물려 있더라고요.

<기자>

그러니까요. 경기장을 짓고 나중에 이걸 관리하고 이런 걸 최순실 씨가 도맡아서 해서 거기서 돈을 남기려고 했다. 이런 얘기들이 지금 나오고 있는데, 거기서 걸림돌이 됐다는 거죠.

있었던 일을 정리를 해보면,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르재단 만들 때 한진이 10억 원을 냈어요. 그런데 이거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그룹과 비교해 보면 적은 돈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K스포츠재단이라는 게 따로 있었잖아요. 올 초에 여기도 10억 원을 내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이건 안 낸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봄에 최순실 씨가 누슬리라는 스위스 회사를 앞세워서 평창 올림픽 개회식, 폐막식 하는 시설을 짓는 6백억짜리 공사를 차지하려고 했었는데 이걸 조 회장이 막은 걸로 알려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5월에 위원장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한진해운은 8월에 법정관리에 들어가요.

그런데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인 거냐, 아니면 한진해운은 별개인 거냐, 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 대답이 어제 또 역시 국회에서 유일호 부총리가 거기에 대해서도 질문받고 내놨는데 한 번 들어보시죠. 뭐라고 했는지.

[유일호/경제 부총리 : 거기 어떻게 최순실이란 사람이 관여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란 점을 말씀드리고요.]

저런 말을 하도 많이 들었는데 나중에 사실로 밝혀진 게 워낙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부 말을 지금 믿지를 않아서요. 논란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럼 여태까지는 그렇다 치고 앞으로도 정부가 경제 관련해서 무슨 말을 하고 뭘 하겠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 것 아니에요.

<기자>

사실 그게 제일 문제죠. 정부가 누가 권력을 가지고 잇속을 챙기는 걸 전혀 막지 못했다는 거잖아요. 시스템적으로.

그러니까 법적인 처벌을 넘어서, 이게 밑 빠진 독이 생긴 건데, 어떻게 이 구멍을 때울 건가, 이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야만 결국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텐데,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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