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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두산 화수분 야구의 비밀

입력 : 2016.11.04 09:42|수정 : 2016.11.04 09:42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두산은 팀의 중심타자 김현수를 잃었다. 김현수의 공백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그 자리에 김재환(0.325, 37홈런, 124타점)과 박건우(0.335, 20홈런, 83타점)가 갑자기 나타나 김현수의 빈자리를 두 배로 채웠다.

많은 이들이 두산의 야구를 ‘화수분 야구’라 부른다. 주축 선수가 이탈해도 끊임없이 좋은 선수가 나타나 전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이 다른 팀에 비해 특별히 더 잘하는 유망주들을 선점하고 독식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현상이 가능할까.   

그것은 두산만의 스카우트 철학과 선수 육성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2군 제도를 도입한 팀이 두산이다. 그만큼 유망주들을 영입하고 키우는 노하우가 남다르다.

두산 스카우트의 기준은 실력보다 인성이다. 두산의 이복근 스카우트 팀장은 “우리가 신인선수를 뽑는 기준은 당장의 실력보다 향후의 발전 가능성”이라며 “발전 가능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성”이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지금은 실력이 다소 부족해도 야구에 대한 열정과 노력하는 자세만 있다면 향후 성공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그런 점을 가장 먼저 체크한다”고 덧붙였다. 엄청난 재능을 가졌더라도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절실하지 않다면 절대 뽑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인성이 좋은 선수를 뽑은 다음에는 두산이 자랑하는 육성 시스템을 거치게 된다.

일단 두산의 특징은 유망주들을 긴 호흡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많은 팀들이 손꼽히는 유망주가 입단하면 1~2년 동안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이 과정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극히 일부의 선수는 기회를 얻게 되지만, 다수의 선수들은 그 짧은 시간 안에 1군급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나이가 차면 군대에 가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실력이 도태되는 안타까운 선수들을 많이 봐왔다.

그러나 두산의 경우는 신인선수를 1~2년 안에 키우려 하지 않는다. 2군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게 하면서 한 단계씩 성정시킨다. 1군에 데뷔하는 시기가 늦어지긴 하지만 훨씬 더 준비된 상태에서 1군 무대를 밟게 되는 것이다.

2009년 두산에 입단한 허경민은 7년차인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올해가 풀타임 첫해였던 박건우 역시 허경민과 입단 동기다. 역시 올 시즌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김재환도 2008년에 입단한 선수다. 타팀 팬들은 이 선수들이 기껏 3년 이내 경력의 신진급 선수로 인식하곤 하지만 이들 모두는 군필한 20대 후반 선수들이다. 두산 화수분 야구는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두산 출신인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10년을 내다보는 팀 운영을 한다. 조급하지 않고, 하나하나 완성시켜가는 모습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두산 외에 다른 팀들도 두산의 육성 시스템을 파악하고 있다. 일부 팀들은 이런 시스템을 배우려는 시도도 있다. 그러나 유망주들을 두산처럼 장시간 기다려주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당장 성적에 도움도 되지 않는데다, 투자비용도 적지 않게 들기 때문이다.    

(SBS스포츠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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