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비선 실세'로 행세하면서 국정을 농단하고 사리사욕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가 구속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오늘(3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 씨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한 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습니다.
앞서 검찰은 어제 긴급체포한 최 씨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공범),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자금 유용, 외교·안보 기밀 등이 담긴 정부 문서 유출, 딸 정유라 씨의 부정 입학 등 여러 범죄 의혹이 제기됐지만 시간에 쫓긴 검찰은 신병 확보 가능성이 가장 큰 직권남용과 사기미수 혐의를 우선 적용했습니다.
최 씨는 기금 모금 당시 기업들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을 움직여 자신이 막후에서 설립과 운영을 좌지우지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53개 대기업이 774억 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K스포츠재단이 '형제의 난' 이후 검찰 내사설이 파다했던 롯데그룹을 상대로 추가 기부를 요구해 70억 원을 받았다가 돌려주는 과정을 뒤에서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이 밖에도 최 씨는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기업 그렌드코리아레저(GKL)가 장애인 펜싱팀을 만들 때 안 수석이 개입하도록 해 개인회사인 더블루케이와 대행 계약을 맺게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최 씨 본인은 직권남용죄가 적용되는 공직자 신분은 아니지만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안 전 수석 등과 공모해 기업측에 압박을 가해 자기 사업을 돕게 한 것으로 보고 둘을 각각 범죄를 스스로 저지른 '공동정범'으로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런 논리를 수용했습니다.
영장심사에서 최 씨 측은 안 수석과 모르는 사이라면서 공모 관계가 성립되지 않고 범행을 위한 상호 의사 연락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최 씨 변호인은 피의자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안 전 수석의 일부 직권남용 행위를 최 씨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고 공동정범으로 본 것은 법리 오해라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최 씨는 고영태 씨 등 측근들을 전면에 등장시킨 더블루케이를 차려 놓고 K스포츠재단에서 용업·사업비 명목으로 자금을 빼가려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스포츠 마케팅, 인재 육성 등 사업을 한다고 포장된 더블루케이가 실제 연구 용역을 수행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K스포츠재단에서 각각 4억 원과 3억 원씩 용역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최 씨에게 사기미수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간 최 씨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주요 의혹을 추가 수사할 계획입니다.
해당 의혹은 ▲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및 자금 유용 ▲ 정부 문서 유출 등 국정 농단 ▲ 일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갈취성 모금 ▲ 삼성·승마협회의 정유라씨 승마 훈련비 특혜 지원 ▲ 이대 부정 입학 의혹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