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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마당발' 아닌 '대통령과 직거래' 스타일이었나

이정국 기자

입력 : 2016.11.03 13:05|수정 : 2016.11.03 16:06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차츰 그 형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와 함께 현 정부 실세들 입에서 하나둘 흘러나오는 말에서도 최씨 국정농단의 윤곽이 감지됩니다.

3일 지금까지 나온 현 정부 실세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최씨는 각계 주요 인사들을 직접 사귀면서 인맥을 넓혀 이익을 추구하는 '마당발'형 이라기보다 박 대통령을 직접 상대해 원하는 바를 얻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발언의 신뢰성을 의심받기는 하지만, 현 정부에서 실세로 불린 여러 공직자는 한결같이 최씨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왕실장'으로 불릴 만큼 실세 중 실세로 꼽힌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재직 당시 최씨에 관해 "보고받은 일이 없고, 최씨를 알지 못한다. 만난 일도, 통화한 일도 없다"며 최씨와 관계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역시 박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자신이 최씨를 만나거나 그와 통화한 적이 없으며, 과거부터 언론보도로 최씨에 관한 이야기를 접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습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인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 역시 "(최씨를) 만나본 적이 없고 유선상으로도 연락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대기업을 상대로 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조차 최씨를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말이 거짓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사실로 인정한다면 최씨는 국정 전반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거물들과도 접촉하지 않았다는 뜻이 됩니다.

물론 이들이 간접으로 최씨의 존재를 인지했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씨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정호성 부속·안봉근 국정홍보 전 비서관), 일부 부속실 행정관 등 극소수 '비선'과만 접촉하며 박 대통령과 '직거래'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실제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최씨는 청와대 출입 자체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 보였습니다.

이영선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한 차량 뒷좌석에 타고 비표도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의혹이 꽤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입니다.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에는 대통령 연설문 등 대외비로 분류되는 중요 자료가 담겼습니다.

이 자료를 청와대에서 최씨에게 건넸다면, 청와대 업무 구조상 그 과정에 3인방이 연루됐으리라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박근혜 정부 초반 청와대 본관에 침대 3개가 들어간 것도 최씨가 청와대를 드나들면서 잠을 자는 데 쓴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입니다.

이런 정황들로 볼 때 최씨는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를 무기로 문화체육계 등 각계 인사와 이권에 개입하고, 대기업들을 상대로 재단 설립자금 출연 등을 강요했을 개연성이 있습니다.

검찰도 최씨가 안 전 수석을 앞세워 대기업들에 재단 기금 출연을 강요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공범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최씨의 최측근 고영태씨, 최씨와 밀접한 인물로 알려진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영선 전 행정관을 불러 최씨의 청와대 출입 여부를 확인하는 등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 규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최씨가 사용한 태블릿PC에 청와대 문건이 저장된 경위를 확인하고자 내주쯤 '3인방' 중 하나인 정호성 비서관 소환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와 구조가 선명히 드러날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같은 비리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이나 내각의 장관 등 공적 조직 보다는 소위 '문고리 3인방'을 중심으로 은막 뒤에서 핵심 정책결정 등을 내리는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해온 점에서도 일정 부분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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