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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박 대통령 수사 나설까…서면 조사 '만지작'

이정국 기자

입력 : 2016.11.03 11:47|수정 : 2016.11.03 14:37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어제(2일) 밤늦게 긴급체포되고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검찰은 그동안 박 대통령 수사 가능성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분노한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은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수사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검찰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내놓게 되리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근무할 때 최순실씨와 공모해 50여개 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의 자금을 강제 모금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습니다.

그가 재단 설립·운영을 위한 기금 모금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과연 박 대통령의 지시나 요청이 있었는지는 이 사건의 핵심 의문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박 대통령이 이 과정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미 제기된 상황입니다.

안 전 수석은 전날 검찰 조사에서 참모로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무난히 설립돼 운영되도록 조력하는 것이 박 대통령의 뜻이라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씨에 이어 안 전 수석도 체포되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선 박 대통령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과 함께 행동하기 위해 '대통령도 수사하라',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 떼라'는 요구로 천만 명 서명 운동에 들어가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안 전 수석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서는 청와대와 법무부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도 감지됐습니다.

이는 안 전 수석을 둘러싼 검찰 조사와 별개로 악화일로를 걷는 여론을 감안한 입장 변화로 풀이됩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 상황을 보고 그때 가서 생각할 것"이라며 조사에 응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여왔던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오늘(3일) "수사 진행에 따라 '朴대통령 수사' 필요성을 건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수사에는 강제 수사가 있고, 강제 없이 임의로 하는 수사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학계 대부분은 대통령에 대해 강제적으로 진실을 들을 방법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쪽이 다수설"이라고 설명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셈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대통령 조사 불가' 방침이 분명했던 지난주와는 다른 입장을 내비친 셈입니다.

결국, 수사 흐름이나 국회와 정부 분위기를 고려할 때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한 수순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다만, 검찰이 대통령 수사를 결정하더라도 그 방식에 관해 고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재직 중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수사는 가능하다'는 쪽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의 문제, 현직 대통령을 조사한 전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당선인 신분으로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된 'BBK 사건'과 관련해 특검팀의 방문 조사를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2012년 11월에는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과 관련해 부인 김윤옥 여사가 서면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이 같은 대통령 과거 조사 전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인지, 밝힌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이 될 것인지, 검찰이 현직 대통령 조사를 전격 결정하게 될 것인지 등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앞서 청와대 측에서는 "검찰 수사 상황을 보고 그때 가서 생각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점을 감안할 때 그 시점은 안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조사 등이 마무리된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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