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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최순실 게이트' 방송가 들썩

입력 : 2016.11.02 14:12|수정 : 2016.11.02 14:12


일파만파로 번지는 '최순실 게이트'의 충격파가 방송가와 연예계에도 미치고 있다.

TV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에는 오방낭, 우주, 비선실세 등 '최순실 게이트'를 지칭하는 말과 패러디가 잇달아 등장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직접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현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씨의 국정 농단 파문이 갈수록 커지면서 고조되는 국민들의 비판적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순실 게이트' 특종을 터트린 JTBC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급상승하면서 방송 뉴스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 TV 드라마·예능 '최순실 패러디' 봇물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의 퀴즈쇼 코너인 '1대1'에서는 개그맨 김태원이 힙합으로 "여자에겐 내 인기는 하락세, 식당에서 내 인기는 상승세, 한 그릇 더 주세요 이게 허세. 도대체 모르겠네, 비선 실세"라며 '최순실 게이트'를 대놓고 풍자했다.

이어 진행자 유민상이 당황한 척하며 "이런 얘기 어디서 들었어요"라고 묻자 "유민상씨 PC에서 봤어요"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앞서 방송된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자막이 등장했다.

같은 날 방송된 SBS TV '런닝맨'에서는 게임 도중 "비만실세 그분이 시키는 대로…", "실제론 참 순하고 실한데", "감히 이 하우스의 실세는 난데",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등의 자막이 잇달아 등장했다.

하루 전인 29일 방송된 MBC TV '무한도전' 우주여행 특집편에서는 지상에서 무중력을 느껴본다며 헬륨가스를 채운 특수풍선으로 박명수 등을 공중으로 띄우면서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이라는 자막을 내걸었다.

이와 함께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요즘 뉴스 못 본 듯"과 같은 자막도 내보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TV 주말극 '옥중화'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그려졌는데, 제작진이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것이 맞다고 확인까지 해 화제가 됐다.

극중 무당이 등장해 오방낭을 건네며 "간절히 바라면 천지의 기운이 마님을 도울 겁니다"라고 말했다.

오방낭은 오행론에 따라 청·황·적·백·흑 오색비단을 모아 만든 주머니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에 등장해 최씨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자주 쓰이는 '우주'는 박 대통령이 과거 행사에서 했던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했던 발언을 연상시킨다.

31일 방송된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15'에는 최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승마 특기생으로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해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도 학점을 받은 의혹을 풍자한 자막이 등장했다.

여주인공 영애가 제주도에서 말을 타고 사기꾼을 추적하는 장면에서 "말 타고 '이대'로 가면 안돼요", "말 좀 타셨나 봐요? 리포트 제출 안 해도 B학점 이상"이라는 자막이 떴다.

◇ 연예계 '최순실 게이트' 비판 쇄도

가수 윤도현은 2일 자신의 트위터에 "검찰이 쥔 열쇠가 제발 희망의 문(으로 가는) 열쇠이기를……. 이런 시국에 검찰도 너무나 힘들겠지만 잘 부탁한다. 국민이 간절히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가수 이승환은 전날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있는 자신의 소속사 드림팩토리 건물 바깥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글귀가 적힌 검은색 대형 현수막을 잠깐 내걸었다가 철거했다.

평소 정치·사회 현안에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 온 이승환은 같은 날 가수 제리케이의 곡 'HA-YA-HEY'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하야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개그맨 박명수는 지난달 31일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를 진행하던 중 "이런 시국일수록 우리 예능인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뼈 있는 마무리 발언을 했다.

영화 '부산행'과 MBC TV 드라마 'W' 등으로 유명해진 배우 김의성도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장 화가 나는 건 몰랐을 리 없는 사람들이 몰랐다고 잡아떼는 것"이라고 올렸다.

아이돌 그룹 2PM 황찬성도 울분을 참지 못한 듯 "이 난리통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거라는 걸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양파는 까면 깔수록 작아지는데 이건 깔수록 스케일이 커지냐"는 글을 연거푸 올렸다.

방송인 오상진은 최씨의 극비 입국을 전하는 TV뉴스 화면 아래 "she came. 그녀가 왔다"는 글과 '샤머니즘'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배우 전혜빈은 인스타그램에 "나라가 어 순실해서 모두 화가 났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최근 영창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방송인 김제동은 페이스북에 "지금 몸을 추슬러야 할 사람들은 우리 국민"이라면서 "지금 그런 위로와 대우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우리 국민"이라는 글을 남겼다.

배우 신현준(48)도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달 29일 촛불을 든 채 태극기 앞에 선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난데없는 구설에 오르면서 유탄을 맞은 연예인들도 있다.

한류스타 박해진은 과거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씨와 찍은 사진과 관련한 악성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박해진의 소속사는 악의적인 루머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우 고주원도 고씨와 과거 친분이 있었고 고씨와 사촌지간이 아니냐는 루머가 돌아 소속사에서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 '최순실 게이트'로 방송뉴스 판도 변화

방송가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큰 분야 중 하나는 뉴스다.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를 입수해 '최순실 게이트'를 단독 보도한 JTBC는 뉴스 시장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JTBC는 태블릿PC에 대통령 연설문, 외교·안보 자료 등 대외비 문서가 담겨 있는 것을 보고 최씨가 청와대 문서를 미리 받아봤다고 보도했는데, 박 대통령도 이를 일부 시인했다.

그 덕분에 JTBC의 저녁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JTBC 뉴스룸'의 시청률은 평소 2~3%대에서 최근 8%대로 뛰어올랐다.

이로 인해 같은 케이블TV 종합편성채널 뉴스 프로그램들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것은 물론 지상파 뉴스 시장까지 넘보게 됐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일 'JTBC 뉴스룸'의 시청률은 8.5%로 'MBC 뉴스데스크'(7.8%)와 'SBS 8시뉴스'(6.3%)를 앞질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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