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경제

[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산업은행 "대우조선에 빌려준 돈 안 받겠다"…의미는?

김범주 기자

입력 : 2016.11.02 11:22|수정 : 2016.11.02 11:22

동영상

<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2일) 이 시간에는 어제에 이어 대우조선 지원 방안에 대해서 김범주 기자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정부가 대우조선을 일단 살리는 방향, 안고 가는 방향으로 대책을 발표한 이후에 논란이 되니까 어제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 얘기 좀 논란이 되고 있어요.

<기자>

원래 예정이 없던 것을 갑자기 했죠. 1년 전에 정부가 산업은행하고 수출입은행을 통해서 대우조선에 4조 2천억 원을 지원했는데, 그러고도 회사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제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산업은행이 어제 사실상 이번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앵커>

제가 은행이 "빌려준 돈을 받지 않겠다." 이런 말 하는 건 처음 봤는데, 이게 무슨 뜻인가요?

<기자>

여러 번 사실 이런 구조조정에서 있었던 얘기인데, 돈을 빌려줬다는 얘기는 이자를 받다가 나중에 원금을 돌려받는다는 거죠.

그런데 대우조선이 이번에 장사가 안돼서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챙겨줄 상황이 되니까, 돈 많이 빌려준 산업은행이 "그럼 이번에 빌려준 돈은 대우조선 주식으로 내가 바꿔서 가질게." 이렇게 얘기를 한 겁니다.

주식으로 바꾸면 이자는 당연히 못 받는 거고요, 만에 하나 회사가 어려워지면 채권 형태로 가지고 있으면 다만 얼마라도 돌려받을 수가 있는데, 주식은 말 그대로 휴짓조각이 됩니다. 날아간다는 거죠.

어제 산업은행 발표는 말을 굉장히 어렵게 해서 그냥 얘기만 들어서는 이해가 안 됩니다. 일단 한 번 들어보시죠.

[이동걸/산업은행 회장 : 채권단은 대우조선의 당면 과제인 자본잠식 해소와 대외 신뢰도 회복을 위하여 2015년 10월 수립한 4.2조 원의 지원방안 범위 내에서 산은과 수은이 최대 한의 자본확충을 실행하는 것에 대해 합의하였습니다.]

자본확충이라는 말을 굉장히 뭘 잘한 것 같이 들리는데 저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죠. 그러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주식으로 바꾼다는 얘기입니다. 4조 2천억 원을 그냥 대우조선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

물론 대우조선이 나중에 아주 잘 돼서 누가 비싼 값에 회사를 사가면 그때는 주식값을 받을 수가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앵커>

이게 또 중요한 문제인 게 일반 시중 은행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채은행 즉, 우리 국민 세금으로 만든 은행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 세금으로 대우조선 주주 노릇을 하게 된다. 이런 뜻 아닌가요?

<기자>

그렇게 되는 거죠. 강제적으로 대우조선 주주가 되는 거죠. 국민들도 잘 모르는 사이에 4조 2천억 원을 지원했다는 얘기는 국민 한 사람당 10만 원씩 지금 대우조선 주식을 사준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1년 전에 4조 2천억 원 투입할 때는 그런 얘기 안 했거든요. 이 돈만 투입하면 대우조선이 올해부터 흑자를 내서 따박따박 이자를 갚을 거라고 했었습니다. 당시의 얘기를, 1년 전 얘기를 들어보시죠.

[정용석/산업은행 본부장 (지난해 10월) : 이 회사가 강점이 있는 LNG선, 대형컨테이너선, 회사가 경쟁력을 확보한 선박 중심으로 건조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16년도부터는 영업이익이 실현 가능할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반대로 상반기에 1조 2천억 원 적자를 봤고, 내년에 갚아야 될 채권이 1조 원 남아있는데 돈 들어오는 게 뚝 끊긴 거고, 결국은 "이래도 어떻게 할거냐?" 했더니, "지원 안 하면 큰일 난다. 이제는 지원 안 하면 회사가 넘어간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 얘기 한 번 들어보시죠.

[이동걸/산업은행 회장 : 대우조선이 예를 들어 어떤 나쁜 상황에 갔다라고 할 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약 규모로는 57조 내지는 60조 원을 보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대우조선에 관련되는 직원들의 숫자가 본사 직원 포함해서 4만1천3백 명에 이르고 있고, 협력업체가 370개, 기자재 업체가 1천1백 개….]

이렇게 큰 회사를 이 모양 이 꼴까지 오게 한 책임은 누가 있는 건지, 거기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따지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들하고 경제 얘기를 하는 것은 이걸 볼모로 해서 결국, 계속 지원을 해야 된다고 주장을 하는 셈입니다.

<앵커>

정부대책 발표가 나오고 비난 여론이 커지니까 어제 어쩔 수 없이 기자회견을 한 것 같은데, 사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자기 책임이 아는데 저렇게까지 하는 건 좀 억울할 수도 있겠어요.

<기자>

약간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죠. 지금 시끄러운 사건처럼 어쨌든 설거지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맡고 있다 보니까 이런저런 일을 결국 맡아서 하는 건데, 이번 시끄러운 사건처럼 여기도 비선 실세들이 정치권과 정권에서 내려온 비센 실세들이 여러 가지를 흩트려 놨기 때문에 문제가 벌어진 게 있습니다.

그 부분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될 것 같고, 국민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일 바로잡는 것을 대우조선부터 시작을 해야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