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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스브스] 김영란법이 바꾼 기발한 생일파티

입력 : 2016.11.01 08:40|수정 : 2016.11.0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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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생신은 축하해 드리고 싶은데 김영란법이 걸리고 이때 학생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냈는지 보실까요?

중학교 교사인 김기훈 씨는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조회 시간에 교실에 갔습니다. 매번 아이들이 교실 불을 끄고 있어서 혼낸 적이 있었는데 이날도 그랬습니다.

또 반에 불이 꺼져 있어 화가 났고, 아이들을 혼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을 연 순간 선생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학생들이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와 함께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해 놓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감동의 순간도 잠시 갑자기 김영란법이 떠올랐습니다.

만약에 학생들이 선물을 준비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아이들의 책상을 보는 순간 웃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모두의 책상에 초코과자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초를 꽂아 놓고 선생님을 기다렸던 겁니다. 장난꾸러기인 줄로만 알았던 제자들이 그저 사랑스럽고 기특했습니다.

교실에 있는 촛불을 다 끌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학생들 때문에 선생님은 신나게 교실을 뛰면서 촛불을 하나하나 껐습니다. 학생들은 김영란법 때문에 선물을 준비하면 선생님이 난처할 것 같아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린 겁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란 풍선과 함께 "사랑해요. 존경해요. 축하해요."라는 예쁜 말들이 칠판에 가득했습니다. 훈훈하고 또 신선한 생일파티, 준비하는 학생들도 축하받는 선생님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는데 꼭 물질적인 게 아니어도 얼마든지 축하하고, 축하받을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영란법이 바꾼 '신선한' 생일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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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자들 좀 볼까요? 앉는 부분만 남아있고 부러졌거나 다 헤지고 뜯어져서 바로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계속 사용하고 있는 의자들입니다.

앉는 부분의 색깔이 다 변한 이 책상과 의자 사진을 올린 사람은 푹신한 의자에 한번 앉아보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양쪽에 등받이가 두 개 있었다가 이제 하나만 있는 이 의자, 풋 하고 웃게 되는데 의자 뼈대에 옷만 덩그러니 걸쳐 있습니다.

이 의자는 상태가 더 심각합니다. 얼마나 오래 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허름한 의자 사진을 너도나도 올린 이유는 바로 '천하제일 의자대회'란 애칭까지 붙은 대회 때문입니다. 이 대회는 사용하지 않는 깨끗한 의자를 그냥 주겠다는 글 때문에 시작됐습니다.

의자를 주겠다고 나선 주인공은 중고 사이트에서 의자를 파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주는 게 더 낫겠다 싶어 "누구 필요하신 분 있나요?"하고 글을 올린 거였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에게 현재 쓰고 있는 의자 사진을 올리라고 한 걸까요?

원하는 사람이 많기도 했고 예전에 그냥 준 적이 있었는데 그 의자가 중고 사이트에 올라온 걸 보게 된 후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고요, 그래서 대회 아닌 대회를 열게 된 건데 75명이나 댓글을 남기는 예상치 못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행운의 의자를 받게 될 사람은 사다리 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의자뿐 아니라 다른 물건들도 하나둘 나눠주고 있습니다.

자기가 쓰지 않는 물건을 누군가 기분 좋게 쓴다면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겁니다. 한 번은 이렇게 테이프로 만든 의자까지 나와서 모두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재밌는 사진으로 유쾌해지고 또 깨끗한 물건을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도 느껴지는 사연이었습니다.

▶ 천하제일 의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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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는 게 얼마나 숭고한 건지 또 가슴이 아파옵니다. 국정 개입 사건 때문에 중요한 뉴스에 주목하지 못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타인을 살리기 위해 용기를 낸 희생자 3명이 의사자가 됐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의사자는 화재가 발생한 원룸 건물에서 초인종을 눌러 이웃을 대피시키다 자신은 숨진 고 안치범 씨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했지만, 정작 그는 성우의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11일 만에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초인종 의인이라 불리는 그는 이웃과 단절된 삶을 사는 요즘 사회에 큰 깨달음과 경종을 울렸습니다.

두 번째 의사자는 단원고 2학년 고 정차웅 군입니다. 침몰하던 세월호에서 친구에게 자기 구명조끼를 벗어줬고, 친구를 더 구하겠다며 바닷속으로 뛰어든 게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유족들은 국민 세금으로 치르는 장례를 가장 검소하게 치르려 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세 번째 의사자는 고 김용 군입니다. 자살하려던 학교 선배를 구하려고 저수지에 뛰어들었다가 함께 목숨을 잃었습니다.

의사자로 선정된 이 세 명은 처음부터 영웅은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누군가의 가족, 또 누군가의 친구로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용기를 냈던 겁니다.

고 안치범 씨 어머니는 치범 씨가 엄마 아빠만의 아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됐다고 말합니다. 세월호 같은 아직 풀지 못한 숙제도 남았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카드뉴스] 안치범·정차웅·김용 군,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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