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순실 의혹' 정조준…'비선 실세·황태자' 규명될까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파헤치는 검찰이 26일 두 재단과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씨 자택 등 9곳을 동시 압수수색에 들어가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검찰의 강제수사 착수는 시민단체가 관련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지 27일 만입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재단 기금 모금을 총괄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물론 최씨의 주소지와 거처 및 사무실 여러 곳, 최측근인 차은택씨 자택 등도 모두 포함됐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달 11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그동안 재단 설립에 관여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과 재단 관계자 등에 대한 기초조사에 주력해왔습니다 .

재단 설립 배경과 절차, 이 과정에서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개입여부 등이 주요 조사 포인트로, 강제수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속에서 검찰은 범죄 단서가 나와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공직자가 아니라 자연인 신분인 최순실씨가 국정에 깊숙이 관여한 게 사실로 드러나면서 검찰도 본격 강제수사로 전환하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각종 컴퓨터 파일과 각종 문서 등을 바탕으로 의혹의 핵심 인물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검찰이 확인해야 할 사안은 ▲ 미르·K스포츠재단의 불법 기금 모금 의혹 ▲ 최순실씨의 자금 횡령·유용 의혹 ▲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홍보물 등 청와대 문서 유출 의혹 등 크게 3가지입니다.

여러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국기 문란', '국정농단' 사태로 비화하자 검찰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지만 강제수사가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이미 최씨는 딸 정유라(20)씨와 독일로 출국해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고 최씨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된 더블루케이 이사 고영태(40)씨도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덱스포츠와 더블루케이 등 최씨의 개인 회사들은 청산 절차에 들어가는 등 여러 형태의 증거인멸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검찰은 핵심 인물들의 신병 확보와 행적 파악을 위한 조치 등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정권 눈치를 보다가 수사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특검 수사로 망신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의혹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