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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진정한 광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이탈리아 극작가 포 별세

입력 : 2016.10.13 18:53|수정 : 2016.10.13 18:53


199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이탈리아 극작가 다리오 포가 13일 운명했다.

향년 90세.

그는 신랄한 현실 비판과 전통을 허무는 자유로운 풍자로 무장한 채 연극 무대와 현실 정치를 넘나드는 전방위적 활동을 펼쳐 '우리 시대의 진정한 광대'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포가 8개월 동안 폐질환을 앓다가 12일 전 입원한 밀라노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2013년 먼저 세상을 뜬 배우 출신 아내 프란카 라마와의 사이에서 난 작가 아들 야코포 포가 있다.

해학성을 겸비한 예리한 정치비판 희곡으로 유명한 포는 '우스꽝스러운 비밀',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 '교황과 마녀' 등7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포는 공교롭게도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날 세상을 떠나 더 눈길을 끌었다.

포를 1997년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한 스웨덴 한림원은 "현실참여와 재미, 통찰력을 갖춘 작품을 창조한 그는 해학과 진지함을 겸비했으며 사회의 악습과 불의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고 역사에 대한 통찰력을 넓혔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의 극장, 문화, 시민의 삶을 상징하는 위대한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렌치 총리는 "그의 풍자극, 연구, 희곡, 여러 방면의 예술적 활동은 한 위대한 이탈리아인이 세계에 남긴 재산이었다"고 덧붙였다.

좌파 작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유명하던 포는 극작가 뿐만 아니라 배우, 코미디언, 가수, 무대 감독, 정치 활동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이 시대의 '진정한 광대'라는 평가 속에 이탈리아 공연 예술뿐 아니라 이탈리아 현대 사회 전체에 큰 족적을 남겼다.

포는 예술로 유명한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의 브레라대학에서 회화와 건축을 공부한 뒤 25세 때 극작에 입문했고, 1959년에는 아내 라메와 다리오 포-프란카 라메 극단을 만들어 자신이 쓴 작품을 직접 연출해 무대에 올렸다.

중세시대의 음유시인처럼 권력을 징계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작품을 쓴 그는 중산층을 주요 관객층으로 했던 기존 연극에 반기를 들고, 대도시 극장을 떠나 공장의 노조집회, 광장 등에 무대를 꾸미며 대중을 위한 연극에 힘을 쏟았다.

포는 기괴한 유머와 통렬한 풍자의 칼날로 이탈리아 정부와 관료 정치, 교황청 등 기득권 세력의 부패와 위선을 낱낱이 까발리며 대중의 열광적 지지를 얻었으나 그의 입을 막으려는 기득권 세력에 의해 연행되거나 주요 극장과 TV 출연이 봉쇄되고, 1980년대 초반에는 수감자를 지지하는 모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세 차례나 미국 입국이 거부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특히 그의 아내 라메는 이탈리아의 극렬한 좌우 대립으로 사회 혼란이 극에 달했던 1973년 밀라노 도심 한복판에서 네오-파시즘 추종 세력에 납치된 후 성폭행을 당해 이탈리아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일부에서는 이 사건의 배후로 경찰 내부의 극우파 동조자들이 개입돼 있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그는 1997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평생을 걸친 예술적 동지이자 반려자인 아내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드러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포는 90세 생일이 지난 최근까지도 정치적인 견해를 공공연히 밝히며 현실 참여를 멈추지 않았다.

2009년 창립된 신생 포퓰리스트 정당인 오성운동의 열렬한 지지자인 그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미친 난쟁이'라고 공격한 반면 오성운동 창시자인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와는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하며 가깝게 지냈다.

그릴로는 포가 별세한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포가 오성운동 지지연설을 했던 3년 전 밀라노에서의 정치집회의 사진을 대거 올리고 "세상을 떠난 포를 애도한다. 그는 우리와 항상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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