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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 로힝야족 마을서 '경찰습격' 잔당 토벌…사망자 속출

입력 : 2016.10.12 09:58|수정 : 2016.10.12 09:58

당국, 무장한 잔당 사살 vs 주민 "비무장 민간인 사살" 주장
로힝야족 배후설에 무슬림-불교도 충돌 우려도


▲ 미얀마 경찰이 국경지역 경찰 초소 공격 용의자로 체포한 남성 (사진=AFP/연합뉴스)

무장괴한의 국경 초소 습격 사건이 발생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관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습격사건 이후 미얀마군이 잔당 토벌과 탈취당한 무기 회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 관리들이 사건의 배후로 로힝야족을 지목하면서 불교도와 무슬림 간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지난 9일 괴한에 의한 경찰초소 습격사건이 발생한 라카인주 국경 마을 마웅토 등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잔당 색출 작전을 벌이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댄 이 지역은 불교도 중심의 미얀마에서 차별과 박해를 받아온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의 주요 거주지 가운데 하나다.

미얀마 관영 일간 '더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군 당국이 수색과정에서 300여 명의 무장괴한과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총격전 현장에서는 7구의 시신이 발견됐고 군인들도 4명이 숨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당국은 사망자들이 대부분 매복 중이던 무장세력이라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총격을 피해 은신했던 민간인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SNS 등에는 사살된 사람 수가 훨씬 더 많으며 대대적인 검거 선풍이 불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줄을 잇고 있다.

수색과정에서 잇따른 총격으로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지 여교사는 AFP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학생들과 함께 집에 숨어지내는데 여기저기서 총소리가 들린다. 너무 무서워서 밖에 나갈 수가 없다"며 "이틀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의 매슈 스미스 대표는 "일부 주민은 군인들이 사람을 죽이는 걸 목격했다고 한다"면서 "군인들이 수색을 빌미로 오랫동안 박해받아온 사람들을 탄압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라카인주 마웅토 등 국경지대에 있는 3개 초소에서는 사제 총기 등으로 무장한 괴한들의 습격으로 경찰관 9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당시 경찰은 3차례의 공격에 200여명의 괴한들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장에서 2명을 생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 사건의 배후 등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일부 관리들은 사건의 배후로 1980∼1990년대 방글라데시 인근 접경지대에서 활동했던 무슬림 무장단체 '로힝야 연대기구'(RSO)를 지목했다.

또 일각에서는 방글라데시 무장세력이나 당국의 마약 단속에 앙심을 품은 마약 유통조직이 배후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로힝야족이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 불교도와 무슬림간 유혈 충돌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비제이 남비아르 유엔 미얀마 특사는 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명하고 라카인주 주민들이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중앙정부 장관들도 라카인주 주도인 시트웨를 방문해 주 정부 관리들과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민감한 종교적 정서 등으로 인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은 정식 국민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방글라데시계 불법 이민자인 '벵갈리'로 불리며 차별을 받아왔다.

특히 2012년 불교도와 무슬림 간의 집단 폭력사건이 발생해 200여 명이 사망한 뒤로는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이 훨씬 심해졌다.

이 사건 이후 로힝야족은 차별과 폭력을 피해 태국 등 인근 국가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는 '보트피플' 신세가 되기도 했고, 일부는 난민캠프에 수용돼 기본권을 제약당한 채 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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