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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스브스] 마음을 밝힌 빛…'훈맹정음'의 탄생

입력 : 2016.10.10 09:07|수정 : 2016.10.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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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들의 세종대왕은 따로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부에 한 장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걸 읽은 일본인은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눈도 멀었는데 벙어리도 만들어야겠냐"면서 시각 장애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 훈민정음이 아니라 훈맹정음 말입니다.

우리 글도 숨죽이며 몰래 배웠던 이 시절이었는데 목숨을 걸고 용기를 내 편지를 쓴 사람은 바로, 송암 박두성 선생이었습니다.

그는 학생 때 독립운동가였던 이동휘 선생님의 영향으로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에 교사가 됐습니다.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자 독립 운동가들은 그에게 만주로 가서 함께 독립운동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오랜 고민 끝에 거절했습니다. 조선 땅에 남아 있는 아이들의 교육도 아주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시각 장애우들이 모여있는 학교인 조선총독부 내 '맹아부'로 발령 났는데, 거기엔 한글 점자가 없어서 아이들은 일본 점자로 왜곡된 역사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이에 한글 점자를 가르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제자 8명을 모아 '조선어 점자 연구 위원회'라는 비밀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한글 창제 원리를 공부해 한글 점자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쉽게 배울 수 있게 수백 번 직접 손으로 만져가면서 점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1926년 11월 4일, 7년 동안 연구 끝에 자음과 모음, 숫자도 다 들어가 있는 서로 다른 예순세 개의 점자 '훈맹정음'이 탄생한 겁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의 가족들에게 눈이 사람의 모든 건 아니라고, 중요한 건 영혼이라는 편지를 써 학교에 힘쓰길 독려했습니다.

숨어 지내는 시각장애인들을 찾아 직접 가서 교육을 하기도 하고 읽을거리를 보내 통신 교육도 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삶과 교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왔습니다.

눈이 어둡다고 해서 마음까지 어두워선 안 된다며 항상 배움을 강조했던 박두성 선생, 그가 바로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이었습니다.

▶ 비밀조직이 만든 훈맹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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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태풍이 부산을 강타했던 날 송도 남항대교 근처입니다. 이렇게 차 여러 대가 물에 잠겨 있거나 떠내려가는 상황, 목격자 김진의 씨는 둥둥 떠다니는 차 사이를 보다가 저기 차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김 씨가 3년 전부터 거의 키우다시피 한 길고양이였습니다. 이미 물이 너무 많이 차올라서 사람이 구하러 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고양이가 떠내려가던 분홍색 판자를 바꿔 타고 김 씨와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고요, 가까이 왔을 때 김 씨는 고양이를 불렀고, 고양이도 평소 밥을 챙겨줬던 김 씨를 알아보는 것 같았습니다.

김 씨는 빨리 근처에 있는 긴 막대기를 집어 들어 고양이에게 내밀었고 행여나 고양이가 잡다가 놓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고양이는 뭍으로 올라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필사적으로 올라오는 모습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얼마나 무섭고 또 추웠을까요?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평소 고양이가 좋아하던 참치캔을 주고 다시 길로 보내줬습니다.

김 씨는 고양이에게 무사히 살아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만나게 된다면 항상 그랬던 것처럼 따뜻하게 안아줄 거라고 말했습니다.

▶ 네, 제가 바로 그 고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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