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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파괴됐다"…허리케인 '매슈'에 최빈국 아이티 초토화

입력 : 2016.10.08 14:54|수정 : 2016.10.08 14:54


"마치 괴물 같았어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켰어요." 아이티를 강타한 허리케인 '매슈'로 집을 잃은 10살 소년 로세미카는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나, 형과 함께 산으로 대피해 겨우 목숨을 구했다는 그는 "이웃들이 '물이다, 물이 밀려온다'고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다"면서 "순식간에 물이 우리를 에워쌌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미국 NBC 방송, 뉴욕타임스(NYT) 등 다른 외신들도 매슈가 세계 최빈국 아이티를 강타해 완전히 초토화됐다고 보도했다.

매슈는 지난 4일 시속 230㎞의 강풍을 동반한 채 아이티에 상륙했다.

건물이 성냥갑처럼 무너져 내리고 도심 곳곳이 물에 잠겼다.

서부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기와 수도, 전화마저 끊겨 사실상 마비 상태다.

아이티 북서부 그라당스의 중심도시 제레미에 거주하는 메델랭 도르빌 "호우로 모든 것이 파괴됐다. 먹을 음식도 치료받을 병원도 없다"며 허탈해했다.

로이터통신은 지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까지 877명이 숨졌으며 무너진 집과 산, 거리에서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고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사람들이 대피하려고 올라간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불어난 물속에서 잔해를 붙들고 떠다니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이재민도 6만여 명에 달한다.

아이티 정부는 현재 정확한 통계를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은 100만명 이상이 타격을 입었으며 이중 최소 3분의 1이 인도적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0년 1월 약 22만명의 사망자를 낸 대지진 이후 아이티를 덮친 최악의 재앙이다.

더구나 당시 집을 잃은 아이티 주민이 텐트나 양철 지붕 등이 덮인 오두막에서 생활하고 있었기에 피해는 더 컸다.

아이티 정부와 유엔, 국제구호기구 등은 현재 물과 식량을 확보하고 임시 피난소를 짓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이미 항공기를 동원한 물자 공수 작업을 시작했고, 독일 정부도 피해 복구에 700만 달러(약 79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다행히 허리케인은 북상해 물러났지만, 홍수로 인한 콜레라 창궐 우려가 대두하고 있다.

아이티에서는 2010년 대지진 이후 콜레라가 퍼져 약 1만명이 숨졌다.

당시 네팔에서 파견된 유엔평화유지군이 콜레라를 전염시킨 주범으로 지목됐다.

범미주보건기구(PAHO)는 홍수와 수자원 및 위생 시설 파괴 등의 영향으로 콜레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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