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반도 남부 지역을 할퀴고 간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부산 최고 부촌인 해운대 마린시티가 피해를 입고 쑥대밭이 됐습니다.
80층 아파트를 비롯해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해 '해운대의 맨해튼'이라고 불리는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내 해안도로 곳곳에 5일 오후 파손된 난간과 관광객을 위해 설치한 망원경이 부서져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방파제에서 20m 정도 떨어진 아파트 앞 도로에는 보도블록 수백 장이 떨어져 나왔고, 가로수 한 그루는 허리가 완전히 꺾인 채 널브러진 가운데 가로등도 이리저리 휜 채로 발견됐습니다.
도로 한복판에는 포탄을 맞은 듯 지름 1m가량이 움푹 팼고, 가로 2m 담장이 부서지기도 했습니다.
만조로 수위가 평소보다 1m 높아져 있는 상태에서 순간 풍속 20m/s가 넘는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몰아치자 해안가에 설치된 높이 3.6m 방파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파도는 순식간에 방파제를 뛰어넘어 50m가량 떨어진 상가 일대에까지 밀려갔습니다.
마린시티 내 도로는 성인 종아리 높이 정도까지 잠겼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고급 승용차들이 조금이라도 물을 피하려고 턱이 높은 인도로 올라오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한 상가는 침수된 뒤 유리창이 박살이 났고, 상가 앞 자판기가 넘어지며 문을 쳐 문이 심하게 찌그러졌습니다.
한 아파트 주차장도 침수돼 고급 외제 차 1대가 물에 반쯤 잠기기도 했습니다.
한 주민은 "파도가 방파제를 때리거나 넘을 때 물보라가 만들어지며 건물 3층 높이보다 더 치솟아 올랐다"면서 "무서워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뗄 수 없을 정도로 위력이 강했다"고 전했습니다.
780m 길이의 방파제에 인접한 마린시티 내 해안도로뿐만 아니라 마린시티 내 대부분의 도로가 통제됐습니다.
부산의 최고 부촌으로 손꼽히는 '마린시티'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태풍 때면 침수 피해가 잦아,2012년 8월 태풍 '볼라벤'때도 마린시티 일대가 침수되고 보도블록이 100여 장이 파손됐습니다.
또 2011년 8월 태풍 무이파가 지나갈 때는 해안도로에 주차된 차량이 부서지고, 2003년 태풍 매미때도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는 피해가 났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