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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지배구조 건전도·투자자 보호, 주요 신흥국에 밀려

이정국 기자

입력 : 2016.09.30 07:05|수정 : 2016.09.30 07:05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건전도나 투자자 보호 수준이 주요 신흥국가 가운데 그리 높은 편이 아니며, 특히 말레이시아와 비교하면 모든 비교 기준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 선진국에서 아시아 신흥국으로 '머니 무브'(자금 이동)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IMF의 진단은 상대적으로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됩니다.

IMF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금융안정(GFS)보고서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에 관한 부속보고서에서 투자자보호와 소액주주보호, 기업감사기준 등 6개 항목에 대한 주요 신흥국의 수준을 지수로 산출해 발표했습니다.

2013년을 기준으로 발표된 투자자보호지수를 보면 한국은 6.7을 기록해 칠레, 터키와 같았고 폴란드와 불가리아가 각각 기록한 6.0보다 높았지만, 14개국 중 가장 높은 말레이시아(8.7)는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8.0), 콜롬비아(8.0), 태국(7.7), 페루(7.0)보다 낮았습니다.

2014년 기준인 소액주주보호지수에서도 한국은 3.4에 그치며 집계 대상 20개국 중 꼴찌였습니다.

소액주주보호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6.1)이었고 말레이시아(5.3), 태국(4.9) 등 순서로 높았습니다.

투명성 척도의 일종인 공시수준 지수에서 한국은 2014년 기준으로 7.0을 기록해 아르헨티나, 폴란드, 인도와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중국과 말레이시아, 불가리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5개국은 공시수준 지수가 10.0을 기록했습니다.

감사·보고기준 지수를 보더라도 한국은 2014년 기준으로 4.4에 머무르며 조사대상 20개국 중 16위였습니다.

1위인 남아공(6.7)이나 2위인 말레이시아(5.7), 3위인 헝가리(5.2)와는 격차를 보였습니다.

2014년 기준 재산권 지수에서 한국은 4.2를 기록해 20개국 중 9위였으나 남아공(5.6), 말레이시아(5.3), 칠레(5.0)보다 낮았고, 같은 해의 자료를 기준으로 기업이나 개인이 규제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가 얼마나 잘 갖춰졌는지를 지수로 만들었을 때 한국(2.8)은 20개국 중 17위였습니다.

이 지수의 1∼5위는 남아공(4.8)과 말레이시아(4.8), 칠레(4.1), 인도네시아(3.8), 인도(3.8) 순서였습니다.

이들 6가지 지수는 모두 높을수록 각 항목에서 설명하는 내용의 수준이 높음을 뜻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이들 6개 항목 중 4개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지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소액주주보호지수는 2006년 4.3에서 2014년 3.4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감사·보고기준 지수는 5.0에서 4.4로, 재산권지수는 5.3에서 4.2로 각각 하락했습니다.

규제대응제도 지수는 2009년 3.5였다가 2014년 2.8로 내려섰습니다.

IMF는 각국에서 발표하는 금융시장 동향 자료와 세계은행, 세계경제포럼 등의 국제기구 , 단체에서 발표하는 자료들을 토대로 이들 지수를 산출했습니다.

IMF는 구조개혁이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한 축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에 구조개혁 방안의 하나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투자자 보호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기업 지배구조가 양호한 국가일수록 외부로부터의 충격에도 강한 회복력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지배구조의 건전도 수준이 최하위인 기업은 최상위인 기업에 비해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세계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최고 50%까지 더 강하게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IMF는 덧붙였습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IMF의 셀림 엘렉다그 연구원은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일수록 단기부채 비율이나 파산 확률이 낮고, 이런 양상은 신흥국가 전체로 보더라도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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