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맞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지난해 숨진 여수 유흥주점 종업원의 동료 9명이 일상적으로 행해졌던 폭력에 체념하게 된 과정을 압축해서 담아낸 한 마디 말이다.
사건 직후 광주 성매매피해상담소 '언니네'를 찾은 동료 9명은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이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과 성매매 산업의 착취 구조를 고발했다.
이들을 고용한 업주는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의 선불금을 제공해 여성들을 옭아맸다.
여성들은 이전 업소에서 진 빚을 갚기 위해 선불금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다시 선불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는 업주가 지정해준 방에 들어가야 했다.
술을 적게 팔면 폭언이 뒤따랐기 때문에 과음했다.
온갖 비위를 맞춰주고도 손님이 행하는 폭력과 사고에 대한 책임을 떠안았다.
성매매를 마치고 나서 손님 연락처를 업소에 제출하지 않으면 지각이나 결근 때처럼 벌금이 부과됐다.
종업원들은 업주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빚은 줄어들지 않았다.
여성들을 관리하는 '마담'의 급여까지 부담해야 했다.
매달 1차례 지급되는 돈도 제때 나오지 않기 일쑤라 또 다른 빚을 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업주는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게 해 연말정산 환급금까지 현금으로 갈취했다.
또 종업원들이 받아낸 연락처를 이용해 손님들을 관리하게 했다.
'외교'라고 이름 붙인 손님 관리를 강요받은 여성들은 빚을 내 성매수남에게 도시락·영양제 등 선물을 주기적으로 제공했다.
잦은 폭력과 협박, 성 매수로 유착된 공무원은 여성들에게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감을 안겨줬다.
이소아 광주여성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는 "여성이 어떻게 성매매에 유입됐는지가 아니라 왜 성매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가를 흔히 간과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여성에게 선불금이라는 굴레를 씌워 그 빚을 갚을 때까지 막대한 이익을 착취하는 성매매의 본질은 인신매매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담소를 찾은 여성들은 피해자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자리에서 "택시비가 없어 술에 취해 집까지 걸어가야 했고 예쁜 옷 하나 사 입지 못한 언니에게 예쁜 옷 한 벌 사주고 싶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