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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원유값 내렸지만…유제품 값은 '요지부동'

입력 : 2016.09.18 07:26|수정 : 2016.09.18 07:26


2013년 원유(原乳)가격 연동제 도입 후 처음으로 올해 원유값이 내렸지만 정작 유제품 소비자가격은 요지부동이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낙농진흥회가 원유 기본가격을 전년(ℓ당 940원)보다 18원 내린 ℓ당 922원으로 결정, 8월부터 적용되고 있지만 일선 유업체들은 한달이 넘도록 이를 소비자가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유업계는 국산 원유를 생산비와 소비자 물가를 반영한 공식에 따라 낙농진흥회가 연 1회 원유값을 정하도록 한 원유가격 연동제를 2013년 도입했는데, 올해 3년만에 처음으로 원유값을 인하했다.

순리대로라면 원유값 인하분만큼 각종 유제품 소비자가도 내려야 하지만 유업체들은 원유값이 내린지 한달이 넘도록 "검토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과거에도 원유값이 조정되면 이를 소비자가에 반영하는 시점은 한두 달쯤 뒤였다"며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유제품 가격 조정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업계 1위인 서울우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론의 눈치만 살피는 모양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저출산 심화 등의 여파로 구조적 경영난을 겪고 있는 유업체들이 사실상 내부적으로 소비자를 동결하기로 결정해놓고 시간만 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업체들이 원유값 인하분을 소비자가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원가 절감 효과를 보게 돼 꽤 짭짤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원유값 인하분을 소비자가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서울우유는 연간 약 150억원, 남양과 매일유업은 70억~80억원 정도의 원가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심화하는 저출산 여파와 학교 우유급식 최저가 입찰제 확산으로 주요 유업체들의 실적이 계속 악화하고 있는 것도 유업체들이 소비자가 인하를 망설이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해 매출 1조7천억원에 순이익 8억원을 기록한 서울우유는 실적 부진으로 3년 연속 임직원 급여를 동결했고 분유사업 비중이 큰 남양유업은 2014년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학교 우유급식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 서울우유는 올해 들어 확산된 최저가 입찰제의 여파로 흰우유 사업부문에서 1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원유값 인하 폭이 ℓ당 18원으로 미미해 이를 소비자가에 반영한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은 것도 유업계가 적극적으로 인하에 나서기 어렵도록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유업체 관계자는 "ℓ당 18원이면 200㎖들이 팩의 경우 3원 정도 내릴 여지가 생긴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내리나 마나 한 수준의 인하 폭"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갈수록 심화하는 저출산 현상에 따른 우유 및 분유 소비 감소로 대부분 유업체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 이번 원유값 인하를 손실 만회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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