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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살 안 쪘는데 "비만입니다"…너무 엄격한 'BMI'

윤영현 기자

입력 : 2016.09.15 16:00|수정 : 2016.09.19 11:33


키 160cm, 몸무게 60kg인 A양은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A양은 평소에 꾸준히 운동했기 때문에 건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체질량지수(BMIㆍBody Mass Index)를 측정하고는 실망감에 빠졌습니다.

한국인 BMI 수치상으로는 과체중에 속했기 때문입니다. 체질량지수(BMIㆍBody Mass Index)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입니다. 예컨대 A양처럼 키가 160㎝이고, 몸무게 60㎏인 사람의 체질량지수는 60÷(1.6*1.6)=23.4이죠.

BMI를 측정해서 나는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볼까요?

체질량지수(BMI) 계산하기
신장
체중

 
여러분은 이 중에서 어디에?

 
한국인은 BMI 0~18.4면 저체중, 18.5∼22.9가 적정체중, 23∼24.9는 과체중, 25 이상부터 비만으로 판정됩니다.● 비만에 엄격한 한국인?

BMI 기준은 199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만들었습니다. BMI 25 이상을 과체중, 30 이상을 비만으로 판정합니다. 서구인의 체형에 맞춰진 기준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2000년 아시아인은 BMI가 낮아도 당뇨병 등의 질병이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BMI는 바뀌게 됩니다.

BMI 25 이상일 때 비만 판정이 되도록 조정한 것이죠. 우리나라는 당시 아시아태평양 지역 비만 기준을 채택해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BMI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판정하는 한국인의 기준은 과연 적정한 걸까요?

일각에서는 이 기준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 비만에 대한 대중의 공포감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과잉진료’의 우려까지 생긴다는 겁니다.
[서홍관 / 국립암센터 교수]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규정할 경우, 건강한 국민 일부가 비만 환자가 돼 불필요한 진료·불필요한 걱정·불필요한 자기 비하를 겪어야 합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비만 정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데, 미국과 우리나라에 BMI를 25로 똑같이 적용하면 우리나라가 오히려 미국보다 남성 비만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BMI가 25 이상이더라도 건강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11년 서울대병원이 아시아인 114만 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인들은 BMI가 22.6∼27.5 사이일 경우 비만과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과체중, 비만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의 사망률이 정상 범위의 사망률보다 더 낮은 거죠. 일본은 2011년 BMI 기준을 조정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판정하다 남성은 27.7 이상, 여성은 26.1 이상일 때 비만 판정을 받도록 기준을 상향 조정한 겁니다.

●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면…

지난 3일, 대한비만학회는 한국인의 BMI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비만이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고, 비만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BMI만 바꾸는 것은 비만을 예방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한비만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6∼2015년간 20세 이상의 성인 비만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 성인의 비만율은 지난 10년간 28.7%에서 32.4%로 증가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성인 남성의 40.7%가, 성인 여성의 24.5%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죠.
[유순집 / 대한비만학회 이사장]
"지금 우리나라는 비만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체질량지수 25가 너무 과도한 기준이기 때문에 이를 상향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비만은 당뇨병·고혈압·심장질환·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지만, 비만 자체를 사망요인으로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비만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동ㆍ서양의 체형과 체질 차이도 현재 BMI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근거로 꼽히기도 합니다.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육류 섭취가 적기 때문에 과잉 지방에 취약하고, 서양인과 달리 체중이 급증하면 당뇨병, 고혈압 등의 대사질환과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비만도를 판단하기 위해 체지방과 근육의 체내 분포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BMI를 맹신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기보다는 체지방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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