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고향行 버스 탑승 차별 말라" 장애인 외침…판사들 검증

민경호 기자

입력 : 2016.09.13 07:59|수정 : 2016.09.13 08:04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일반 버스의 출입문 계단을 오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판사들이 직접 체험하는 특별한 재판이 열립니다.

장애인들이 고속·시외버스 이용에 차별을 받고 있다며 낸 소송에 섭니다.

서울고법 민사30부 강영수 부장판사는 최근 뇌 병변·지체 장애인 등이 고속버스 등에 편히 탑승할 수 있도록 차별을 없애달라"며 낸 차별 구제 소송의 2심에서 원고 측의 현장검증 신청을 채택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뿐 아니라 재판부가 휠체어에 오른 뒤 일반 버스와 장애인이 오르기 쉬운 저상버스·리프트 버스를 번갈아 타보고 원고 측 주장대로 '장애인 이동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지 판단을 내릴 예정입니다.

저상버스란 차체가 낮고 입구에 계단이 없으며 경사판이 설치돼 장애인이 혼자서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차량입니다.

리프트 버스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올려 버스에 태우는 리프트가 뒷문 등에 설치된 형태입니다.

원고 측은 "버스회사 주장과 달리 저상버스·리프트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 등을 달려도 장애인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열리는 재판에서 현장검증 계획을 최종 결정할 계획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전국 고속·시외버스 9천여 대 중에는 휠체어가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없었습니다.

최근에야 경기도 버스회사 한 곳이 시외구간 저상버스를 시험 운행하는 정도고, 휠체어 승강 설비는 아직도 전혀 없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으로선 설이나 추석에 고향을 가려 해도 여전히 제약이 많은 상황입니다. 자신의 승용차가 없는 이상 기차가 닿지 않는 곳을 가는 것은 사실상 포기해야 합니다.

대중교통인 버스를 타지 못해 이들의 이동 반경이 축소되는 셈입니다.

뇌 병변·지체장애를 앓는 장애인 3명과 비장애인 2명은 2014년 정부와 서울시·경기도, 버스회사 2곳 등을 상대로 "시외버스·고속버스 등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라"는 차별 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버스회사들은 원고들이 버스를 승하차하는 경우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회사들이 시·내외 버스에 휠체어 승강 설비 등을 설치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법원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를 받아들인 첫 사롑니다.

그러나 원고 측은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책임도 인정해달라며 항소했습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30부는 앞서 단종·낙태 한센인의 국가 소송에서 소록도 현장검증을 해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