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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없는 이어폰 애플 에어팟 결국 '장고 끝 악수?'

입력 : 2016.09.12 08:04|수정 : 2016.09.12 08:04


애플이 오랜 고심 끝에 아이폰7의 혁신 포인트로 내놓은 줄없는 이어폰 에어팟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무선이어폰은 기술의 빠른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비주류 상품이다.

기기와 연결이 갑자기 끊길 수 있고, 음질도 안 좋다는 인식이 적잖아 100년 넘게 계속된 유선(有線) 이어폰의 아성을 무너뜨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에어팟이 과연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과 너무 일찍 승부수를 던져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다음 달 발매하는 아이폰7용 무선이어폰 '에어팟'은 성공을 거두기 위해 먼저 안정성과 음질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또 무선으로 전달하는 데이터양의 한계 탓에 큰 용량이 필요한 고급 오디오 재생이 쉽지 않아, 음질을 중시하는 마니아층을 못 잡는 문제도 있다.

애플은 현재 무선이어폰의 대세 통신 표준인 '블루투스'를 개량한 'W1칩' 기술을 써 안정성과 음질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가 이런 개선점에 공감할지는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야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문제도 과제다.

에어팟의 작동 시간은 5시간으로 통상 10시간이 넘는 종전 무선이어폰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이는 귀에 꽂는 이어폰 두 쪽밖에 없는 초경량 구조인지라 배터리를 넣을 공간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존 무선이어폰은 목에 거는 거치대 등에 배터리를 넣는 방식으로 용량을 늘린다.

국내 이어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현재 무선이어폰에서 배터리 사용 시간을 문제 삼는 고객은 거의 없지만, 에어팟은 상황이 다르다"며 "충전 케이스를 주긴 하지만, 소비자의 불편을 얼마나 최소화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무선이어폰은 애플이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사실상 처음 던지는 파격의 승부수다.

아이폰5∼6 때는 주류 시장 취향을 대체로 존중하는 '실리 노선'을 택했지만 아이폰7 들어선 많은 소비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선 이어폰의 연결구멍(잭)을 기기에서 아예 없애버렸다.

따라서 에어팟이 실패하면 '기대를 뛰어넘는 혁신'이란 생전 잡스 시절의 영예를 되찾으려는 애플의 행보에 무시 못 할 타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에어팟은 한국 출시가격이 21만9천원으로 저가 스마트폰 1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런 가격에도 '돈이 안 아깝다'는 말이 나오게 제품 가치를 입증해야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에어팟은 통화 마이크로 쓸 수 있고 아이폰의 인공지능 비서 시리(Siri)를 쉽게 불러내고 애플워치와 맥북 등 다른 애플 제품과도 간편히 연동되는 등 부가 기능들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제품이 이어폰으로서의 본분에 얼마나 충실할지가 핵심 승부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어폰 기능이 불편하면 결국 소수 고객만 찾는 고가 액세서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폰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가격과 관계없이 자사 제품을 구매해 줄 대규모 팬을 거느린 회사라야 할 수 있는 시도"라며 "(발매 후) 제품을 장시간 써봐야 정확한 평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매체들의 초기 반응은 엇갈린다.

더버지는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시연 행사에 나온 에어팟을 두고 "애플이 개발에 수년의 공을 들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너무 빨리 제품을 내놓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와이어드는 "겉모습이 괴상하게 보이지만 훌륭하게 작동한다"고 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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