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일(한국시간) 갤럭시노트7 사용을 즉각 중단토록 미국과 한국 소비자들에게 권고한 것은 일단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배터리 발화 문제가 불거지자 이달 2일 한국과 미국 등 10개국에서 판매한 250만대 전량을 신제품으로 교환해 주겠다는 '자발적 교체 프로그램'을 발표한데 이은 후속 조치를 내놓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발화사건 초기 접수된 불량품 수(1일 기준)가 35건에 불과했고 서비스센터 점검을 통해 문제 있는 극소수 배터리를 걸러낼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미국 정보기술(IT) 매체에서는 "삼성전자의 자발적 교체 프로그램 대신 연방정부기구인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를 통한 공식 리콜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삼성전자는 CPSC에 이미 보고하고 후속조치를 협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동안 CPSC는 삼성전자의 조치에 대해 입장을 공개하지 않다가 미국 시간 9일 오후(한국 시간 10일 오전) "갤럭시노트7을 가진 모든 소비자는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사용하거나 충전하지 말아 달라"는 권고를 발표하고 "가능한 한 빨리 공식 리콜을 발표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 혹은 통신사들의 교체 프로그램이 수용할만한 조치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 강제수거 등 '자발적 교체 프로그램'보다 더 엄격한 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8일(미국 시간)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발화 사고를 근거로 갤럭시노트7을 기내에서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갤럭시노트7에 불이 나서 지프 차량이 전소됐다"는 주장이 동영상과 함께 미국 언론에 보도되고, 또 국내에서는 "배터리 점검을 받은 갤럭시노트7도 발화 사고가 났다"는 주장이 제기돼 삼성전자에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들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 갤럭시노트7을 가진 모든 사용자들에 대해 '사용 중지'를 권고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끼친 불편을 거듭 사과한 데에는 이런 일련의 배경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인을 파악해 점검한 후 소비자 안전을 위해 어떤 조치가 가능할지 검토 중이던 상태에서 미국(FAA와 CPSC)에서 사용중단 권고가 나왔고, 어떤 경우든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에서 한국에서도 미국과 같은 권고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는 문제 소지가 있는 갤럭시노트7 대부분이 공급된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동등한 조치를 취해 '차별 논란'을 차단하려는 뜻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도 사용중단 권고가 내려졌으므로 제품 수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며, 국내 매장 일부에서 계속되고 있던 갤럭시노트7의 전시품 진열도 교체 기기가 국내에 공급되는 19일까지 당분간 중단될 공산이 커졌다.
교체 기기가 일찍 공급된 미국에서는 약 1주 전부터 매장에서 제품 수거가 이뤄졌다.
삼성전자의 '기기 즉각 사용중단 권고' 조치는 소비자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미국 등에서 이뤄질지도 모를 공식 리콜에 대비하기 위한 합당한 조치다.
다만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지난 2일 대책 발표 당시 교체 프로그램과 동시에 신속한 제품 수거 조치도 나왔더라면 혼란을 줄이고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