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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당 대표연설에 담긴 포인트는…

원일희(논설위원)

입력 : 2016.09.09 16:21|수정 : 2016.09.09 16:21


여야 3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마무리됐습니다. 현안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이 정리되고 내년 대선 전략까지 담기는 것이 대표연설입니다. 중요하긴 한데, 워낙 정치적 수사가 장황하고 그나마 하루에 한 당 씩 돌아가며 하다 보니, 핵심이 뭔지, 뭘 말하고자 하는 건지, 비교분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걸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연설입니다. 이 대표는 스스로를 흙수저도 아닌 무수저 출신이라고 규정한 정치인입니다. 특유의 진솔하고 격의 없는 화법이 특징이죠. 이 대표 연설의 핵심은 영호남 연대정치였습니다. 그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이 대표는 호남을 향해 확실하게 사과했습니다. 한나라당 시절, DJ 국정에 적극 협조하지 않은 점, 국민이 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한 점을 사과했습니다. 새누리당 대표 입에서 ‘참회’라는 단어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 아닐까 싶습니다.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 점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 드립니다"
 관련 사진이 대표가 말한 영호남 연대론은 최근 대두된 제3지대론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영호남 연대는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와 호남이 손잡고 차기 정권을 만들자는 거고, 제3지대론은 새누리당 비박계 주자들과 더불어민주당 비 문재인계 주자들이 당 밖으로 나와 대선 후보를 뽑자는 구상입니다. 영호남 연대는 친박계가 주축이 된다는 점에서, 친박계를 배제한 제3지대론과 명백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정현 대표 본인이 호남 출신이다 보니 호남을 향한 친박계의 손짓은 더욱 솔깃합니다. 친박계 좌장격인 최경환 의원과 이장우 조원진 최고위원은 영호남 연대론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관련 사진한마디로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을 향한 손짓인데, 국민의당 반응은 어떨까요? 일단 표면적으론 부정적입니다. 대선에서 친박계랑 연대하자는 제안이, 대선 과정에서 성사 가능성을 떠나 당장 호남 민심을 배반하는 거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영호남 연정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문제는 정치야’ 라는 화두를 던지고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 촉구를 핵심 현안으로 삼았습니다. 박 위원장은 "우병우 뇌관을 제거해야 대통령도 성공하고,국정운영도, 국회도, 검찰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강조했습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선 반대 당론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동시에 사드배치 찬성 의견도 존중한다면서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얼핏 여지를 남긴 반대로 들리는데, 사실 청와대가 받긴 어려운 제안이긴 합니다. 종합해보면, 국민의당은 현재 청와대와 친박계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우병우 수석 해임을 촉구한 것 만으로도, 영호남 연대에 대해 일단 NO 라고 답한 것으로 봐야 할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핵심 의제로 민생경제를 강조했습니다. 경제가 비상이니, 여야 비상 영수회담,즉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사드는 군사적으로 무용지물, 외교적으론 실패라고 규정했습니다. 북한을 설득시켜야 할 중국과 러시아를 등 돌리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추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직후부터 사드 반대 소신을 밝혀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사드 문제를 놓고 정부 여당과 분명한 각을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 여야 3당 대표 연설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해 봤습니다. 새누리당을 보면, 호남 연대론를 제시하며 두 야당의 간극을 벌인다는 전략이 엿보이고, 두 야당은 우병우 수석과 사드 문제를 두고 각자의 목소리로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한다는 전략을 내비쳤습니다. 향후 국회가 어떤 문제로 어떻게 굴러갈지 가늠케 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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