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쉬-지멘스가 공동 개발 중인 음성 인식형 주방 도우미 '마이키' (사진=연합뉴스)
올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가전전시회(IFA) 2016'은 성큼 다가온 스마트홈의 모습을 제시했다.
일부 가전·전자업체는 아직 상용화 단계 이전이긴 하지만 말로 세탁기, 식기세척기, 오븐, 커피머신 등의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는 서비스를 곧 내놓겠다며 컨셉트 제품을 선보였다.
자동차와 정보기술(IT) 간 융합은 한층 더 심화하며 좀 더 진보된 스마트 서비스가 곧 현실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연결은 가전제품뿐 아니라 차로도 확장 중이다.
디터 체체 메르세데스-벤츠 대표는 내년에 '달리는 사무실'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 본격화한 스마트홈 경쟁
주요 가전·전자업체들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센서, 카메라 등 각종 IT 기술·기기를 가전제품과 연계해 요리, 청소, 빨래 등 가사를 좀 더 손쉽게 할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앞다퉈 제시했다.
독일 가전업체 보쉬와 지멘스는 주방 도우미(kitchen assistant) '마이키'(Mykie)를 공개했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미리 개념과 지향성을 선보인 것이다.
마이키는 음성 인식형 개인비서다.
말로 하는 질문에 대답도 하고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오븐, 커피머신 등 각종 주방가전과 와이파이로 연결돼 이들을 모두 제어할 수 있다.
말만 하면 마이키가 알아서 이들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지멘스 관계자는 "마이키는 집 밖에 있는 주인이 요리 메뉴를 결정하면 이에 필요한 식재료 목록을 추린 다음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와 비교해 부족한 것은 직접 주문까지 할 수 있다"며 "단계별로 조리법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키는 날씨나 주식 시장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거나 음악이나 영화를 트는 일도 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파나소닉은 전시관 맨 앞에 일본 벤처기업 '세븐 드리머스'가 개발한 빨래 개는 로봇 '론드로이드'(laundroid)를 전시했다.
냉장고처럼 생긴 이 기계는 세탁기에서 나온 옷가지들을 아무렇게나 집어넣으면 스스로 알아서 셔츠와 바지, 수건 등으로 분류한 다음 척척 갠다.
최종적으로는 옷 종류별로 구분해 각기 다른 수납함에 가지런히 포개서 정리까지 해준다.
파나소닉은 또 문·창문 센서와 사이렌, 실외·실내 카메라, 누수 센서, 움직임 센서 등을 결합해 24시간 집안 구석구석을 감시하고 사고나 도난 등을 막을 수 있는 스마트홈도 제시했다.
파나소닉은 또 보험사 알리안츠와 함께 누수나 도난 등 사고가 생기면 곧장 출동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스마트홈 사업을 위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잡았다.
스마트씽큐 센서와 스마트씽큐 허브에 아마존의 IoT 서비스를 결합해 음성으로 각종 가전제품을 제어하고, 물이나 식재료를 원클릭으로 주문할 수도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세탁기 도어의 스마트씽큐 센서를 누르면 세제를, 냉장고 센서를 누르면 음료를 구입하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냉장고인 '패밀리 허브'를 유럽 시장에 선보였다.
패밀리 허브는 식재료의 선도 관리, 메모 패널 등을 이용한 가족 간 커뮤니케이션, 영상·음악을 즐길 수 있는 키친 엔터테인먼트, 스마트홈 등의 부가기능을 접목한 다기능 냉장고다.
삼성전자는 IFA에서 이탈리아 고급 식자재 브랜드인 '이탈리'(Eataly)와 협업해 냉장고에서 곧장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음성과 얼굴 인식 기능을 내장한 이 기기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데 당장은 네슬레의 커피머신을 스스로 작동시키는 일을 할 줄 안다.
소니는 앞으로 이 기기가 각종 가전제품을 제어하고 날씨 등 정보를 제공하면서 전화, 비디오 폰 등 통신도 가능하도록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IFA 참가업체 중 4분의1 규모를 차지한 중국 업체들도 스마트홈 주제관을 차렸다.
하이얼과 하이센스, 창홍, 스카이워스 등이 스마트홈 공간을 마련했지만 눈에 띄는 참신한 서비스는 없었다는 평가다.
특히 하이얼은 삼성전자의 패밀리 허브 냉장고와 비슷한 액정표시장치(LCD)가 달린 스마트홈 냉장고, LG전자의 트윈워시 세탁기를 본뜬 '듀오 드라이' 등을 전시했는데 '베끼기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 벤츠 "내년부터 달리는 사무실 선보일 것"
무선인터넷을 통한 연결의 범위나 연결의 심도도 한층 확장하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동차다.
IFA에서 자동차 업계 인사로는 최초로 기조연설을 한 디터 체체 메르세데스-벤츠 대표는 '차내 사무실'(In Car Office)와 '차내 배송'(In Car Delivery) 서비스를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해 개발한 차내 사무실은 운전자가 참석해야 할 스케줄이 입력돼 있으면 차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간다.
DHL과 협업한 차내 배송은 차에서 직접 택배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체체 회장은 "벤츠가 그리는 스마트카는 각종 업무나 스케줄을 관리해주고 건강 상태를 점검해주며 자율주행하는 동안 사용자가 커피를 마시거나 다른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체체 회장은 "차는 가장 큰 모바일 기기"라며 이처럼 도로 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내년부터 벤츠 차량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는 IFA 전시장에 메르세데스-벤츠 E200을 전시하고 스마트폰으로 문을 열거나 시동을 거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술을 이용한 이른바 '디지털 차량 열쇠' 서비스다.
LG전자는 폴크스바겐과 제휴해 차가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 집안 조명과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이 저절로 켜지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스위스의 중소업체인 로라 스타 스마트는 '세계 최초의 연결된 다리미'를 공개해 연결의 범위가 더 다양해지고 있음을 엿보게 했다.
한편 올해 IFA는 지난해보다 13% 늘어난 1천823개 업체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전시 면적도 5% 확대돼 15만8천㎡가 임대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