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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렸다는 이란은 신기루?…2조 원 투자약속 8개월째 '깜깜'

입력 : 2016.09.07 08:31|수정 : 2016.09.07 08:31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청주 오송에 건립하기 위해 무려 2조원을 투자하겠다던 이란 업체가 8개월이 넘도록 실행에 나서지 않고 있다.

투자 협약을 하고, 이시종 충북지사가 이란을 방문, 투자 약속을 거듭 확인하며 요란을 떨었지만 실속 없는 '보여주기 이벤트'였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투자금은 고사하고 사무실 임대료조차 몇개월치씩이나 체납됐다가 퇴출 위기에 몰리자 겨우 메꿔 넣으면서 이란 투자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란 기업인 투바 전통의학기업의 오송 투자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구심이 커진 것은 뚜렷한 이유 없이 8개월이 넘도록 투자금이 유입되지 않아서다.

애초 서방의 대 이란 경제 제재 때문에 투자금이 유입 안 되는 것으로 해석됐으나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후에도 여전히 이런저런 이유로 이란 투자금 송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란과 공동 투자하기로 했던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구역청)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충북 경자구역청은 투자 지연 사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 중앙은행이 투자금 송금을 막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럴 경우 이란 업체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충북 경자구역청의 투자 유치가 사실상 요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외국환 거래 규정을 개정, 지난 5월 2일 자로 우리나라와 이란이 무역거래 때 사용해 온 원화계좌로 자본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법적으로 이란 투자금의 국내 유입이 가능해졌다.

해당 금액을 자국 화폐(리얄)로 입금받은 이란 중앙은행이 한국의 우리은행이나 기업은행에 '예치된 원화 중 해당 금액을 충북도에 지급해 달라'는 지급 지시 요청을 하면 결제가 이뤄지게 된다.

규제의 빗장을 푼 이 조치로 이란의 투자금이 곧 국내로 송금될 것으로 충북 경자구역청은 기대했다.

투바 전통의학기업은 작년 4월 충북도와 향후 10년간 오송에 20억 달러(2조2천억원)를 투자하겠다고 협약했다.

이란 전통의학 공동연구소를 비롯해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에 적합한 신약 제품화 공장 건립, 임상병원 설립, 복제약 생산을 위한 투자에 나선다는 게 협약의 핵심 내용이다.

서방 경제 제재가 해제되자 이란 측은 첫 투자금 200만 달러를 지난 7, 8월께 송금하겠다고 약속했다.

첫 투자금 200만 달러는 이 가운데 공동연구소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이다.

지난 5월 이란을 방문했던 이시종 지사는 당시 "비영리법인 설립, 자금 송금 등 절차를 거쳐 올 하반기 중 이란 전통의학 공동연구소가 (오송에) 개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자본 거래 허용 조치 이후 3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이란의 투자금 송금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운영비나 임차비는 송금 가능하지만 순수 투자금의 경우 이란 중앙은행이 '외국으로 보낼 수 없다'며 브레이크를 걸고 있을 수 있다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20만 달러는 이란 전통의학 공동연구소 전 단계인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에 필요한 돈인데, 이란 중앙은행이 이러한 방침을 바꾸지 않는 한 충북 투자는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유로화로 결제가 가능한 '유로화 대체 결제 시스템'이 지난달 말부터 가동됐다"며 "이란 측이 충북 투자를 결정했다면 유로화 시스템을 활용할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은 알려지지 않은 내부 문제 때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공동연구소 건립에는 올해 이란 투자금 200만 달러 외에 국비 10억원과 도비 10억원도 투입된다.

이란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충북도가 세워놓은 예산 역시 고스란히 금고에서 잠자는 상황이다.

이란 투바 전통의학기업의 한국 법인격인 투바 코리아가 임대료를 내지 못해 지난 7월 퇴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충북 경제자유구역인 오송 바이오밸리 내 신약개발지원센터에 입주했지만 이란의 투자금이 입금되지 않으면서 임대료를 한 푼도 내지 못한 것이다.

이란의 줄기세포 핵심 연구시설인 로얀연구소가 충북 경제자유구역 내에 국내 기업과 공동으로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란 기업의 오송 투자가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환경이 악화해 자본거래가 불가능해지면 20억 달러 투자가 첫 발도 떼지 못한 채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데도 충북 경자구역청은 이란의 투자 지연 사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투바 코리아와 이란 투바 전통의학기업 사이의 연락망이 단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충북 경자구역청 관계자는 "이란 측과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코트라 등을 통해 이란 중앙은행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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