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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잘 팔릴까 "쉬쉬"…'서민우대 車보험' 가입자 감소

손승욱 기자

입력 : 2016.09.07 13:46|수정 : 2016.09.07 13:46


저소득층에게 보험료 혜택을 주는 '서민우대 자동차 보험'이란 상품이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서민들의 자동차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처음 출시된 상품입니다.

그런데 갈수록 가입자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3년 6만 5천 명을 넘었던 가입자가 지난해에는 1만명 넘게 줄었습니다.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 가입대상자인 '서민'이 이렇게까지 감소했을 리 없습니다. 그렇다고 싼 보험 상품이 외면 받을 이유도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 "서민우대 車보험? 들어본 적 없어요"

취재진이 만난 가입대상자들은 이런 자동차 보험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보험에 가입했다" 혹은 "그런 보험이 있다는 것을 들어봤다"고 답하는 분들을 만나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습니다.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과일 도매상을 하는 이모씨(가명)는 "매년 보험을 갱신하고 있는데, 그런 건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10년 넘게 무사고라 보험료가 높지 않다"고 했습니다. 무사고 때문에 1년에 39만원을 내고 있었는데, 한 보험사에 문의해 본 결과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더 할인을 받아 보험료를 1년에 36만원만 내면 됐습니다.소형차를 모는 회사원 김모씨 역시 그런 보험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내가 소득이 얼마이고, 애가 있는지 없는지, 이 보험 가입조건이 되는지 안되는지 물어봐야 할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오래 거래한 친한 보험설계사와 거래를 하고, 서비스가 좋다고 하길래 비싼 회사의 보험까지 들었는데, 그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서민우대 자동차 보험은 가입조건이 제법 복잡한데, 아예 자신이 가입 조건이 되는지 따져보지 못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 가입조건은?…"연 소득 4천만원 이하인 저소득층 가운데..."

그렇다면 어떤 분들이 가입할 수 있는지 조건부터 따져볼까요?
 
손해보험협회에 문의한 결과 기초생활수급자들은 모두 가입이 가능했습니다.
 
저소득층의 경우 조건이 조금 복잡합니다. 저소득자층은 ▲ 30세 이상이고 ▲ 20세 미만 자녀가 있으며 ▲ 연소득 4천만원 이하(배우자 합산)인 경우에 가입이 가능합니다. 물론 차량도 배기량 1,600cc 이하의 5년 이상 경과한 자동차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장애인의 경우 3급 이상 장애가 있는 경우, 소득이 4천만원 이하면 역시 가입이 가능합니다.금융감독원은 이런 조건에 맞는 가입 대상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를 낼 자료가 없지만, 대략  50만명 수준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이 보험의 혜택은?…"평균 3만 7천 원, 3%~8% 절약"

보험설계사를 통해서 가입을 하는 경우나 직접 인터넷으로 가입하는 경우나 서민우대 자동차 보험은 모두 보험료를 깎아줍니다. 다만 인터넷으로 가입하는 다이렉트 보험의 경우 이미 할인이 됐기 때문에 조금 덜 깎아줍니다. 보통 3~8% 정도 할인을 해주는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입자들이 평균 3만7천원, 7.1% 정도 할인을 받는다고 합니다.● 홍보할 이유가 없다?…"홍보했던 딱 1개의 보험사만 가입자 숫자 늘었다"

그런데 가입자는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6만5천명을 넘었던 가입자 숫자는 지난해 5만4천7백명으로 줄었습니다.금감원은 2011년 3월 시작한 이 보험의 가입자가 '홍보 부족'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금감원 김일태 담당팀장은 "보험사들에게 크게 (재정적) 장점이 없고, 보험설계사들의 경우 수당이 줄어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보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보험사 입장에서는 알리면 알릴 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굳이 알리지 않는다는 겁니다.실제로 한 보험사의 경우 설계사들이 보험 가입을 상담을 해 줄 때 보는 화면에 '서민우대 자동차보험 안내'라는 팝업창을 띄워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다른 회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가입자 숫자 증가를 보였습니다. 2015년에 그런 조치를 취했는데, 그 결과 2014년에 비해 무려 39.1%나 서민우대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반면 같은 기간 나머지 보험사의 가입자 숫자는 대부분 줄었습니다.

금감원이 이 사실을 알고 올해 이른바 '모범사례'로 소개하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이 회사마저 그 팝업창을 제거해버렸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는 "이제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안내창을 제거했다"고 했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겠죠. 금감원은 결국 이 보험사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금감원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서민들을 위해 등장한 이 보험 상품이 보험사들에겐 돈이 되지 않으니까, 잘 팔릴까봐 쉬쉬하면서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가입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 "혹시 연 소득 4천만 원 안 되세요?"…가입조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방송이 나간 뒤 보험설계사 분들의 메일이 몇 통 도착했습니다. "경차 보험을 드는 분들에게 연 소득을 물어보는게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우리가 그거 숨겨서 얼마나 더 벌겠나"는 내용이었습니다. "솔직히 설명해서 그 고객과의 친분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설계사들이 숨기는 것 아니다"라고 강조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일부 보험사들도 "보험 가입자에게 그런 걸 물어보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저소득층에 해당됩니다"라고 어렵게 가입자의 답변을 들어도 가입을 위해 관련 서류들이 너무 많이 필요해서 가입자분들이 "아유, 관둡시다"라고 스스로 포기하시는 분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조금 깎아주면서 여러 서류를 가져와 스스로 서민임을 입증하라는 것, 생각보다 편치 않은 시스템입니다.

결국 이런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합니다. 물론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를 다른 사람들이 악용하는 걸 막기 위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겠죠. 설혹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융 당국이 '서민우대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감소'를  모두 보험사와 보험설계사에게 떠넘기기엔 절차가 너무 복잡합니다. 정부 관계기관들의 시스템을 활용해 가입대상이 되는지를 조금 더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현장에서는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매년 보험사에 장애인 증명서를 내야 하는 절차를 단순화해서 장애인 복지카드 만으로 장애인들의 서민우대 자동차 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꾸고 또 매년 내던 서류를 2년에 한 번으로 단순화했습니다. 이런 시스템 개선이 저소득층 가입대상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금감원이 한 번 힘을 내볼 때입니다.

● "상품 정보 제공 감시"?…쉬쉬하는 보험사 공개해야

금감원이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보험사들을 감시하는 겁니다. 금감원은 신규 가입자를 위한 '보험 상품 설명서'와 갱신하는 가입자를 위한 '만기 안내장'에 서민우대 자동차 보험에 대한 설명을 추가해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돈벌이가 되지 않고, 오히려 손해 볼 수도 있는 상품을 파는 데 자동차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금감원은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정기적인 암행 검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보험사 이름을 공개하고 시정 조치를 하는 등의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또 "많이 팔릴까 봐 쉬쉬한다"는 싸늘한 시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하는 보험사도 하나쯤 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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