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30명의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의 배후 조종세력인 이슬람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테러 당시 유럽 내 더 많은 지역에서 공격을 기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은 9만 쪽에 달하는 유럽 각 국가 수사기관의 내부 자료를 입수·분석하고 파리 테러 수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정보를 취합한 결과 테러 당시 IS의 추가 공격 계획을 발견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IS는 파리의 또 다른 쇼핑몰과 슈퍼마켓 등 인구 밀집 상가와 네덜란드에서도 테러를 자행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확보한 정보로는 IS가 영국에 테러리스트를 침투시켜 현지에서 테러를 벌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9시 20분께 프랑스와 독일의 친선 축구가 열린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을 필두로 바타클랑 극장, 카페, 식당 등 파리 일원 여섯 군데에서 '소프트 타깃'을 노린 IS의 테러로 130명이 숨졌다.
테러 주도한 9명의 주범 중 8명이 테러 때 자폭하거나 경찰에 사살된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살라 압데슬람(26)이 지난 3월 벨기에 경찰에 체포된 뒤 프랑스로 넘겨져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수사 당국은 파리 테러에 가담하려다가 오스트리아의 난민 시설에서 검거한 두 IS 조직원의 수사를 통해 파리 테러의 윤곽과 IS의 테러 지시 체계, 테러리스트의 유럽 유입 통로 등을 파악했다.
수사 당국은 IS 외부 조력자와의 통화 내용을 근거로 ▲IS와 테러리스트들이 텔레그램과 같은 암호화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접선하며 철저히 신분을 감춘다는 점 ▲ IS 조종자가 테러리스트에게 다음 작전 때까지 제한된 정보와 자금을 대고 심지어 같은 팀 내에서도 실명 대신에 필명을 사용한다는 점 ▲ 기차 화장실에 주로 숨어 유럽에 잠입하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수사기관에 붙잡힌 알제리 태생 아델 하다디와 파키스탄 출신 무하마드 우스만은 파키스탄 테러 단체인 '라시카레타비아'에 속한 폭탄 제조 용의자로, 파리 테러 때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자폭 테러로 숨진 범인 아흐마드 알모하마드와 모하마드 알마흐모드와 함께 팀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초 아부 아흐마드로 알려진 시리아 IS 지도자의 지령으로 시리아를 떠나 터키를 경유, 유럽으로 잠입했다.
장 샤를 브리사르 프랑스 테러분석센터장은 아흐마드에 대해 "파리 테러 때 외국인 테러리스트를 파리로 보내는 데 핵심 노릇을 한 인물"이라면서 "테러리스트를 모집하고 교육하며 이들에게 자금을 댄 IS의 인물 중 하나"라고 평했다.
한 팀이었으나 4명의 테러리스트는 서로의 진짜 이름은 물론 최종 임무도 알지 못했다고 CNN 방송은 소개했다.
하다디는 수사관들에게 "프랑스로 가서 신을 위한 좋은 일을 할 것이라고 전해 들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테러리스트들은 아흐마드가 계획한 밀입국 단체의 도움으로 국경을 넘은 뒤 시리아 위조 여권과 IS의 프로그램이 깔린 휴대전화 등을 건네받았다.
아흐마드는 추적할 수 없는 중재인을 통해 이들에게 테러 자금을 송금하고, 암호화한 앱으로 이들과 교신했다.
아흐마드는 특히 IS 대원과 다음 장소에서 접선할 때까지의 이동 정보와 자금만 테러리스트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보안에 철저히 신경 썼다.
시리아 난민에 섞여 터키에서 그리스로 넘어가던 보트가 그리스 해군에 나포되면서 테러리스트 4명의 운명도 갈렸다.
알모하마드와 알마흐모드는 그리스 당국의 심문을 통과해 예정대로 프랑스로 이동한 데 반해 하다디와 우스만은 위조 여권이 적발돼 발이 묶였다.
한 소식통은 CNN 방송에 "그리스 당국이 하다디와 우스만을 체포한 덕분에 이들이 파리 테러에 가담할 기회를 잃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검거였다고 평했다.
10월 말이 돼서야 수감 시설에서 풀려난 하다디와 우스만은 IS 조력자에게 접선해 아흐마드의 지령을 다시 받은 뒤 시리아 피난민 행세로 파리 테러 직후인 11월 14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이들은 오스트리아 당국에 망명을 신청하고 난민 센터에서 수 주간 대기하다가 12월 10월 이들의 파리 테러 가담과 또 다른 테러 기도를 눈치챈 수사기관에 결국 덜미를 잡혔다.
IS는 그사이 모로코 출신 아비드 타바우니라는 또 다른 테러리스트를 잘츠부르크 난민 센터로 보내 하다디, 우스만과 접선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리 테러 총기획자이자 주범격으로 사살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와 연계된 타바우니는 IS의 지령에 따라 하다디, 우스만과 제2의 파리 테러를 기도한 것으로 수사 당국은 추정했다.
하다디, 우스만이 검거될 때 용케 피한 타바우니는 지난 7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체포돼 오스트리아로 압송됐다.
유럽 대테러 당국은 셋을 테러 혐의로 함께 묶어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이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시리아 난민에 섞여 유럽에 온 상당수의 IS 세포분자들이 시리아 배후 세력의 지령을 기다리고 있다며 테러 대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합뉴스)